[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민간 병원에서 시작된 간호사 주4일제 도입이 공공의료기관으로 번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국립중앙의료원도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전국 확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시범사업형태가 아닌 실질적인 제도 정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노사 간 자율적 합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과 의료계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은 1일부터 주 4일제를 1개 병동 5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 형태로 시작했다. 오는 9월에는 대상 병동과 인원을 추가 확대할 예정이며 모니터링과 노사협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간호사들은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등 열악한 근무 요건으로 인해 높은 이직률을 나타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서 지난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간호사의 하루 평균 실제 노동시간은 9시간 이상이 76%에 달했다.

올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간호사의 70.9%가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고 이직 고려 사유의 47.9%는 높은 노동 강도 등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조사됐다.

간호사의 잦은 이직은 직업 만족도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병원 운영과 환자 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주4일제 시범사업 시행은 간호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한 간호계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 통화에서 "세브란스병원에서 간호사 주4일제 시범사업을 노사간 합의를 통해 시행 중이다. 이를 통해 도출된 결과도 긍정적이다. 이직율이 많이 낮아졌고 만족도도 높다고 들었다. 환자에 대한 친절도 역시 상승했다. 다만 이러한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간호사 인원을 여유 있게 충당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 인력의 보강없이 근무시간만 단축할 경우 의료서비스 질 하락은 물론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간호사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러한 근무조건을 사측에서 받아들인 경우는 임금에 대한 부분이 합의된 경우다.

주4일제 시범사업을 시행 중인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노사간 합의를 통해 총액 대비 약 10%를 삭감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간호계 일각에서는 임금 삭감을 하더라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킬 수 있는 근무여건을 원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위기다.

또 다른 간호계 관계자는 "근무시간도 길고 3교대로 일하면서 지쳐 힘들다보니 돈보다 쉬는 게 더 좋다. 특히 요즘 MZ세대는 일·생활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근무일수 단축에 대한 선호가 높다"고 말했다.

시범사업 형태의 주4일제 운영에서 나아가 제도로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김태영 정책부장은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공공의료기관 중 최초로 주4일제 시범사업을 시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재의 시범사업이 노사간 합의에 의해서 이뤄진 만큼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대효과를 충족하더라도 병원 병상가동률이나 재정여건 등에 따라 시범사업 확대폭이 크지 않거나 중지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주4일로 근무일수가 줄어들면 임금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다. 처음에는 감수할 수 있지만 지속되다 보면 참여자들의 만족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노사간 합의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중앙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25 메디파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