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넘도록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한미약품그룹을 비롯해 최근 동성제약, 한국콜마 등은 모두 오너 일가에서 경영권을 두고 다툼이 벌어진 데 더해 소송戰으로 전개된 사례다.
제약업계에서는 이전에도 경영권 분쟁이 줄곧 있어왔다.
동아제약, GC녹십자, 대웅제약 등도 분쟁 규모나 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업계에서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돼오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같은 전례가 있음에도 이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 흐름대로 보자면, 앞으로도 업계 내 경영권 분쟁 이슈가 여러 형태로 계속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전망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경영권 분쟁이 더 나은, 더 긍정적인,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겪는 진통이자 과정이라고 할지라도, 결국은 악재로 평가받는다. 가능하다면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임은 분명하다.
현재까지 불거진 제약업계 오너일가 내 경영권 분쟁을 살펴보면, 대체로는 경영 핵심이던 오너가 승계 준비가 부족한 채 사망하거나 오너 일가 내 경영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유한양행, 보령, JW중외제약, 동화약품 등은 비교적 탄탄한 오너 지분율과 함께 일찌감치 경영승계 구도를 확립하거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춤으로써 경영권 분쟁 없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져오고 있다.
지주사 체제 구축을 통해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경영 안정화를 위한 전략으로 병행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 연매출이 3000억원을 넘어가는 업체 중 상당수는 지주사 체제를 도입하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앞으로 경영승계를 이뤄가야 하는 업체들은 이들 행보를 눈여겨보고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비교적 일찍이 승계를 진행한다던가, 승계 과정에 전문경영인을 활용해 경영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일종의 오답노트다. 오너 상속세 리스크가 있을 시엔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사견을 덧붙이자면, 과감히 전문경영 체제에 한 표를 던진다. 물론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은 각각 분명한 장단을 갖고 있다. 예로, 오너경영은 장기적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경영보다 장점을 갖는다. 장기적으로 성장세가 뚜렷한 기업에 오너경영이 많다는 한 분석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전문경영 체제를 지지하는 것은 오너경영 시 감내해야 할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경영 능력, 경영권 분쟁 발생 가능성, 수직적 경영 방식 구축 등은 기업에 대한 평판과 대외적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오너경영 성공사례도 들여다보면 창업주인 사례가 적잖다.
반면 전문경영은 경우에 따라 오너경영과 혼합된 형태도 가능하기에, 여러 장점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다. 어느 것이 더 우수한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이제 세대교체가 필요한 제약업계에서는 전문경영에 대해 한 발 다가설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