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대생 복귀 선언 이후 의료정상화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정작 의료공백 사태의 실질적 피해자인 환자들의 목소리는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4일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귀 조건의 형평성 ▲환자 중심 제도 개선 ▲필수의료 공백 방지 ▲환자 인권 보호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실태 공개 등 5대 요구안을 발표하며 정부와 국회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환연은 의대 정원 문제로 시작된 의정갈등이 1년 5개월간 이어지며, 중증질환·희귀난치질환·응급환자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약 1만 명의 전공의가 집단사직에 참여했고,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전공의마저 이탈한 상황에서 환자와 가족들은 울분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며 "환자의 생명을 정책 반대 수단으로 삼은 비윤리적이고 반인권적인 의료계의 행태를 국민은 지켜봤다"고 비판했다.

환연은 먼저 복귀 문제에 대해 전공의와 의대생은 조건 없이 자발적으로 복귀해야 하며, 정부와 국회는 특혜성 조치가 아닌 법령의 범위 안에서 상식적인 수준의 지원만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귀 시점이 불분명하고, 학사일정 조정 등 예외적 조치가 특혜로 비춰질 경우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환연은 "복귀는 환영하지만 특정 집단에 대한 예외는 정의와 형평성에 어긋나며 먼저 복귀한 이들에게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정상화를 위한 구조 개편도 제안했다. 환연은 환자의 투병과 권익 증진을 위한 법적 체계도, 정부 조직도, 통합 지원기관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환자기본법 제정 ▲보건복지부 환자정책국 신설 ▲환자투병통합지원 플랫폼 설립을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묶어 국정과제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의정갈등 기간 동안 환자들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 대한 신뢰를 잃고, 각자도생하며 치료 정보를 공유해야 했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가 의사 중심이라는 현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의료공백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도 촉구했다.

환연에 따르면 2020년 전공의 집단행동 당시에도 응급환자 사망 사례가 발생했고, 당시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제정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의료계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의 필수의료가 중단되며 환자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22대 국회 개원 이후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아직 없다고 설명이다.

환연은 "지난해 기자회견과 집회를 통해 법 제정을 요구했으나 여전히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됐다면 이번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연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논의될 때, 수련의 대상이 되는 환자의 안전과 인권 보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연은 "전공의 없이 1년 5개월을 지낸 환자들은 수련과정이 환자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다. 정부와 국회는 제도적·입법적 보완책을 병행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주장해온 '과도한 사법 리스크'의 근거에 대한 검증도 요구했다.

환연은 "의료계는 높은 기소율과 중형 선고를 이유로 형사처벌 면제를 주장하지만, 실제 판결 건수는 연평균 34건 수준으로 알려졌다"며 이 주장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 연구는 올해 5월까지 연장됐지만, 7월 현재까지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다.

환연은 "해당 연구는 의사 형사면책 특례 여부 판단의 핵심 근거"라며 "즉시 공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단체는 "의료는 특권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정한 환자 보호 의무다. 이재명 정부가 공약한 '환자 중심 의료개혁'이 실현되려면, 환자에게도 직접 제안할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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