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구속이 두렵습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저는 감옥에 가야 합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위한 간담회'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경주 위원이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박 위원에 따르면, 중증·핵심의료과, 이른바 '바이탈 과' 또는 '필수의료 과'를 선택했다가 수련을 포기한 전공의들이 있다. 이들은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사명감과 열정이 있었지만 의료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현실 앞에서 결국 수련을 포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가겠다는 전공의들도 있다고 전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기에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사법 구조 속에서는 이들마저 점차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대로라면 수년 내 분만과 출산, 암과 희귀질환, 응급 외상 치료를 맡을 전문의가 대한민국에서 점점 사라질 수 있다. 출산을 위해 국경을 넘어야 하고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해외 의사들을 불러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환자와 국민의 심경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가족이 진료나 수술을 받다가 장애를 얻고 목숨을 잃었을 때 그 억울함과 분노는 너무나도 당연하며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규명해주고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것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문제는 의료사고의 모든 책임을 의료인 개인에게 떠넘기는 현재의 민·형사 중심 구조가 의료진과 환자 및 보호자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면허관리 중심의 책임구조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의도치 않은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아닌 면허 제한, 재교육, 일정 기간 진료 제한 등으로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동시에 피해자에게는 책임 소재와 무관하게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의료사고 안전망 기금 도입도 제안되고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우선 보상하고 이후 의료기관에 귀책이 확인되면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렇게 하면 환자는 억울함을 덜고 의료인은 과도한 형사처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도, 의료인도 더 이상 절망하지 않도록, 각계 의견을 수렴해 중증·핵심의료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법적 책임 구조가 바뀌어야 할 때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나선 이들이 형사법정에서 절망하는 일은 이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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