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알츠하이머병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치매의 원인이다. 전체 치매의 약 60~80%를 차지할 정도로 많지만, 아직 완치법은 없다. 가장 최선의 방법이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알츠하이머병을 발견하고, 그 진행을 늦추는 일이다.

이 가운데 최근 희망적인 변화가 하나 생겼다. 병의 초기 단계에서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해 진행을 지연시키는 신약들이 등장한 것이다. 덕분에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관심은 '치료'보다는 '조기 발견'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뇌척수액(CSF) 검사를 활용한 진단 방법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를 통해 병리 단백질을 확인했지만, 이제는 더 간단하고 현실적인 방법이 가능해진 셈이다.

의료계에선 이 검사가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에 특히 강점을 지닌다고 말한다. PET 검사는 단백질이 충분히 축적돼야 이상 신호를 잡아낼 수 있지만, CSF 검사는 아직 판이 형성되기 전 단계에서부터 변화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를 가능한 한 빠르게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PET 검사의 대기 기간이 평균 수개월에 달하는 반면, CSF 검사는 2주 안팎이면 결과를 받아볼 수 있어 훨씬 신속하다. 시간과 비용,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 어려움도 있다. CSF 검사는 의료진이 직접 시술해야 하고, 병원 인력 사정에 따라 검사가 제한될 수 있다. 일부 환자들은 요추천자 방식에 대한 불안감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는 "임상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널리 사용되어 온 검사이며, 실제로 큰 부작용 사례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검사는 알츠하이머병 외에 정상 뇌압 수두증, 파킨슨병 등 다른 뇌 질환의 진단에서도 활용될 수도 있다. 진단에 그치지 않고 치료 방향까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의 활용 가치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다가오는 초고령 사회에서 알츠하이머병은 우리 모두의 문제다. 진단을 미루다 병이 악화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반복된다면 결국 개인의 고통은 물론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지금부터라도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치매 조기 진단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에는 CSF 검사보다 더욱 간편한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진단법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 말은 곧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쓰일 날이 머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확도는 다소 낮지만 간편하고 저렴한 만큼, 지역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조기 선별과 진단, 그리고 치료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누구나 더 오래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알츠하이머병과의 싸움은 막연한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가족이 이 병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치매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기 진단을 위한 현실적인 검사법 도입은 그 변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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