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의협은 개정안이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왜곡하고, 의료현장의 혼란과 생명윤리를 둘러싼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의 허용 한계를 삭제하고 '인공임신중절수술'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변경하는 한편, 약물에 의한 임신중절을 가능하게 하고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협은 우선 용어 변경의 실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공임신중절은 이미 사회적·의학적·법률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으며, 이를 굳이 바꾸는 목적이 불분명하고 기대 효과도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이는 전면적 허용이 아닌 입법 보완을 요구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당시 결정에서 태아의 생명권도 헌법상 보호받아야 하며, 낙태를 무제한 허용할 경우 법적 공백이 생긴다는 점을 우려한 바 있다. 의협은 이번 개정안이 이러한 취지와 명백히 상충된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인공임신중절의 전면 허용이 생명윤리와 종교적 신념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반발을 유발할 수 있으며,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의 균형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국가가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이를 개인의 선택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장의 혼란 가능성도 우려했다. 의료인의 법적 책임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인공임신중절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후유증에 대한 소송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생명윤리 또는 종교적 사유로 의료인이 시술을 거부할 경우, 진료거부로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장치 마련도 요구했다.
보험급여 적용 역시 문제 삼았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질병, 부상, 출산 등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치료에 보험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인공임신중절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의협은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중절수술은 의학적 필요에 따른 경우로 제한돼 있으며, 개인의 선택에 따른 시술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피임 시술이 급여 대상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중절수술에 급여를 적용하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의협은 인공임신중절이 개인 선택에 의해 이뤄질 경우 건수 예측이 어렵고, 재정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는 희귀질환 등 급여 확대가 필요한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도 연관돼 있다.
의협은 약물에 의한 인공임신중절 허용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의협은 "약물의 안전성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으며, 부작용과 합병증으로 임부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 국내에는 아직 식약처 허가를 받은 자연유산 유도 의약품이 존재하지 않고, 해외직구를 통한 구매는 약사법상 불법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안정성과 규제 측면 모두에서 허점이 크다고 진단했다.
의협은 이번 개정안이 예방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아닌 권리 보장과 보험 적용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의협은 "성교육·피임지원·상담 등 사전 교육과 사회적 논의를 포함한 폭넓은 접근이 필요하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 의료 전문가의 의견,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재차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