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최근 미국 경제매체 CNBC 보도를 인용해 비만치료제가 보여주고 있는 사회와 경제 변화에 대해 분석했다.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약물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티드)'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터제파타이드, 국내 상품명 마운자로)'다. 이 약물은 각각 덴마크와 미국의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하나의 요소로 자리잡았다.
두 약물은 미국 시장에서 한 달 정가가 1079~1349달러(약 150만~187만원) 사이인데, 의학저널 자마 헬스 포럼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 메디케어가 향후 10년 동안 퇴직자 건강 증진 프로그램에 따러 477억달러(약 66조원)의 순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러나 비만 관련 질병은 근무 시간을 손실시키고, 조기 사망과 비공식 돌봄 등 의료 시스템과 사회 전반의 생산성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비만을 치료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이익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000만명의 사용자가 비만치료제를 선택할 경우, 생산성 향상과 의료비용 절감을 이뤄낼 수 있어 GLP-1 비만치료제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0.4%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시가총액이 지난해 덴마크 전체 GDP를 넘어선 바 있다. 이는 체중 감량 의약품 산업이 여전히 덴마크 경제에 미치는 기여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GLP-1이 건선, 천식, 만성 신장 질환, 지방간 질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비만 관련 암,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 병에 대한 새로운 적응증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 새로운 의약품 혁신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하며, GLP-1의 잠재력이 향후 약물 개발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모두에 '근본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만치료제의 광범위한 채택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지출 성향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의 지출 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코넬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GLP-1 사용자가 1명 이상인 가구에서는 약물 투여 시작 후 6개월 이내에 식료품 구매 지출이 5.3% 줄었고, 고소득 가구에서는 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양상은 식음료와 공산품 등을 취급하는 일용소비재 기업과 식품 생산 업체들이 새로운 식품 제품으로 고단백 식단, 소량 섭취, 근육 유지 촉진 식품들을 출시하는 등 식품산업 현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비만치료제는 또 다른 계층 양극화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국가 의료보험 적용에 제한을 두고 있어, 개인적으로 지불할 의향과 능력이 있는 유료 고객에서 채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피 딕스(Sophie Dix) 메드익스프레스 의료 담당 책임자는 "우리는 건강에 대한 거대한 사회적 결정 요인이 있고, 저소득 지역에서 비만이 더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삶을 변화시키는 약물에 접근할 수 있어 2계층 사회의 위험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경제대학의 알조샤 얀센(Aljoscha Janssen)은 "부유한 사람들이 마른 체형으로 만드는 의약품을 받는다면, 이미 소득 및 교육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체중 측면에서 명백한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정책입안자들이 사회 경제적 분열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이러한 측면을 염두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