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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수석최고위원과 서울시의약단체장 간담회에는 서울시의사회,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 서울시약사회 등 4개 단체가 자리했다.
이번 만남은 의료기관·약국 개설 신고 시 협회 경유 절차를 신설하는 의료법·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리였다. 의사와 약사, 그리고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불법 개설의 사전 검증'이라는 새 틀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의약계는 현행 제도가 지방자치단체에 단순 신고 또는 등록만으로 개설이 가능해, 불법 개설을 걸러낼 사전 필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후 실사와 수사에만 기대는 행정 구조는 이미 불법이 성립된 뒤 대응에 그치기 때문에,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을 근절하려면 협회가 개설 단계에서부터 실질적인 관리·감독 기능을 가져야 한다"며 "현재는 건강보험 실사나 심평원 심사, 수사기관 수사 같은 사후 규제에만 의존하지만, 협회가 자율적으로 불법 개설을 원천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안은 국민적 공감대가 이미 충분하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환자 안전 위협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기에, 협회 자율징계와 검증 절차를 법안에 담아 대표 발의하겠다"고 천명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번 제안이 특정 직역의 이해를 넘어, 의약계 전체가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제도 개편의 중심으로 나선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건강보험 재정을 잠식하고 환자 피해를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사후 단속이 아닌 사전 예방이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법은 어느 한 직역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며 "불법 개설의 문턱을 높이는 제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치과계는 신고제의 허점을 짚으며, 전문직 간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사와 세무사는 협회의 등록과 교육 절차를 거쳐야 개업할 수 있지만, 의료기관과 약국은 단순 신고로 문을 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강현구 서울시치과의사회장은 "불과 20~30대 젊은 의사나 은퇴 직전의 고령 의사가 대형 병원을 개설하는 경우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며 "이런 문제를 사전에 걸러야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와 국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4개 단체는 꾸준히 협의하며 의료법 개정 건의안을 완성했다. 치과의사이자 법률 전문가인 전 의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의사단체는 이번 논의가 의료와 법의 경계를 잇는 상징적인 협력으로 평가했다.
박성우 서울시한의사회장은 "전 의원은 의료인이자 변호사로서 두 영역의 전문성을 모두 갖춘 분"이라며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사회 초년생이나 고령 의료인이 무심코 발을 들이면서 범법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 사후에는 이미 건강보험 누수가 진행된 뒤라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 검증 체계가 구축돼야 국민 건강과 건보 재정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며 "이번 법 개정이 '사후약방문' 구조를 끝내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약사회는 실태를 수치로 제시하며 불법 면대약국의 구조적 심각성을 짚었다. '창고형 약국' 등 비정상적 형태의 약국이 늘며 의약품 오남용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위학 서울시약사회장은 "지난 10년간 면대약국과 사무장병원은 1700여 건이 적발됐고, 환수결정액은 3조4000억원에 달했지만 환수율은 6.79%에 그쳤다"며 "단속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고 짚었다.
그는 "윤리와 법률 교육을 사전에 각 단체가 직접 맡게 된다면 불법 개설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 전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신 만큼 이번 논의가 빠르게 입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현희 의원은 의약계의 제안을 전폭 수용하며 입법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번 법안은 변호사법의 자율 등록·검증 구조를 준용해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 전 협회 등록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라며 "4개 단체의 요구는 직역 이익이 아닌, 건강보험 재정을 좀먹는 불법 의료기관과 약국을 근절하자는 순수한 목적"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의약단체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전문가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 반드시 빠른 시일 내 입법화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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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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