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2025 바이오미래포럼'에서 각 발표자들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우연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황대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정준영 CJ제일제당 BIO연구소 박사,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사진=최인환 기자
12일 '2025 바이오미래포럼'에서 각 발표자들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우연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황대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정준영 CJ제일제당 BIO연구소 박사, 이재훈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사진=최인환 기자
[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AI와 바이오의 융합은 연구·제조·정책의 모든 경계를 다시 쓰는 일입니다."

AI가 단순한 도구에서 산업의 '설계자'로 부상하고 있다. 연구개발 자동화, 정밀의학, 바이오 파운드리, 법·제도 혁신까지 AI는 이제 바이오산업의 전 과정을 재정의하는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산·학·연·정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바이오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연구개발과 제조, 정책 체계까지 통합 혁신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확인했다.

12일 'B.U.I.L.D. AI x Bio: 바이오 미래를 완성한다'를 주제로 열린 '2025 바이오미래포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소가 공동 주관했으며,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선웅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운영위원장),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장, 김우연 KAIST 교수, 황대희 서울대학교 교수, 정준영 CJ제일제당 BIO연구소 박사(Synthetic BIO 담당), 이재훈 성신여대 교수 등 각 분야의 대표 전문가들이 연단에 섰다.
 
(왼쪽부터)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선웅 고려대학교 교수. 사진=최인환 기자
(왼쪽부터)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선웅 고려대학교 교수. 사진=최인환 기자
김성수 과기정통부 실장은 개회사를 통해 "AI 바이오 융합은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며, 내년부터 'AI 바이오 혁신거점'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인재양성-산업화를 포괄하는 전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합성생물학육성법 시행으로 바이오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첨단 제조 혁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웅 교수는 "AI를 중심으로 한 'BUILD AI×BIO' 혁신은 Breakthrough(돌파), Unification(융합), Innovation(혁신), Leadership(리더십), Development(발전)의 5단계를 통해 바이오산업 전반의 질적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며 포럼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장은 "AI는 이미 의료·바이오 데이터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연구 효율화뿐 아니라 예측·생산·서비스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AI 기반 생태계'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료 빅데이터의 신뢰성 확보와 AI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 표준이 향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 소장. 사진=최인환 기자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 소장. 사진=최인환 기자
김우연 KAIST 교수 겸 히츠(HITS) 대표는 'AI×BIO: Beyond Trends, Toward Transformation with HyperLab' 발표에서 "AI와 바이오의 융합은 단순한 연구 효율화를 넘어 산업 변혁(Industrial Transformation)의 서막"이라며 "자율 실험실(Autonomous Lab)을 중심으로 한 AI 기반 신약개발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히츠의 하이퍼랩은 세계 최대 규모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11조 개 분자의 스크리닝을 구현했다"며 "AI 혁명의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선 선제적 인프라 투자와 인재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황대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정밀의학 세션에서 "AI는 다중 오믹스 데이터(유전체·단백질·대사체)를 통합 분석해 개인 단위 질환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며 "실제 임상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을 통해 희귀질환, 암, 대사질환 등에서 맞춤치료 전략 수립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데이터 품질과 표준화, 환자정보 보호를 전제로 한 공공-민간 데이터 연계가 정밀의학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 BIO연구소 정준영 박사는 "AI 파운드리 시스템은 대사공정 설계와 최적화의 속도를 수십 배 높이고 있다"며 "레드바이오를 넘어 화이트바이오(산업용 미생물) 영역에서도 AI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균주 개발, 효소 설계, 생산 효율화가 동시에 진전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AI가 실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연구자와 협업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앞으로의 산업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훈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AI가 바이오 분야에 접목되면서 기존 규제체계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데이터의 비동의 수집,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활용 문제에 대한 법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학습데이터의 출처 명시, 알고리즘 책임성, 생성형 결과물의 저작권 귀속 등은 국제적으로도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 역시 'AI 바이오 법제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025 바이오미래포럼' 패널토론 전경. 사진=최인환 기자
'2025 바이오미래포럼' 패널토론 전경. 사진=최인환 기자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앞선 발표에서 제시된 기술·정책·법제 이슈를 바탕으로, AI-BIO 융합 산업 생태계의 현실적 과제와 거버넌스 구축 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선웅 고려대 교수는 "AI가 바이오 전 분야로 확산되면서 기술 문제를 넘어 사회적 제도와 가치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며 토론의 문을 열었다. 그는 "이제는 연구자·기업·정책기관이 각자 다른 언어로 말하지 않고, 하나의 구조적 생태계로 묶일 시점"이라고 말했다.

남혁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첨단바이오기술과장은 "정부는 AI와 바이오 융합을 국가 차원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본다"며 "규제는 혁신을 제약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기술 신뢰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I가 연구개발과 제조의 모든 단계에 개입하는 만큼,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생명윤리·데이터·산업진흥이 통합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규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부장은 "AI를 연구 현장에 도입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데이터 품질과 표준화의 부재"라며,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연구기관 간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AI가 실험을 자동화하더라도 생물학적 해석력은 사람에게 남는다"며 'AI 보조 연구자(AI Assistant Researcher)' 개념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산업계의 시각에서 "AI 활용의 가장 큰 과제는 신뢰성 확보와 인력 양성"이라며 "정부 R&D 과제에 AI 전문가와 생명과학자를 함께 투입하는 '이중 전공형 과제'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AI가 산업을 바꾸려면 데이터를 쓰는 사람의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며 "AI 교육이 초·중등 교육과정부터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실장은 "AI-BIO 융합은 기술뿐 아니라 사회 구조 전반을 바꾸는 혁명"이라며 "기술의 파급력을 평가하고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미래예측 기반 시나리오 분석'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AI 바이오의 사회적 영향평가를 제도화하고, 정책 수립 시 시민사회와 전문가의 공동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주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AI 바이오 혁신을 범정부 차원에서 조정할 '국가 AI바이오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며 "현재 대통령실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와 국무총리 산하 바이오헬스전략위원회를 통합해 단일 컨트롤타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데이터 품질 표준화 인프라는 과기정통부가, 산업화 정책은 복지부·산업부가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명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 BIO연구소 정준영 박사는 "규제는 혁신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며 "AI 기술을 적용하는 산업 현장에서는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정한 '허가제와 신고제 병행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산업 도메인 지식을 가진 인력이 필수이며,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와 현장 경험이 결합돼야 진정한 하이브리드 혁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재훈 성신여대 교수는 법제 관점에서 "AI 바이오 산업은 기술 속도에 비해 제도적 대응이 늦다"며 "AI 기본법, 개인정보보호법, 생명윤리법, 첨단재생바이오법 등 10여 개 관련 법령이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바이오에 관한 단일화된 정책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산업·시민사회·정부 간 이해조정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웅 교수는 패널토론을 마무리하면서 "AI-BIO 융합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제도의 문제'라는 점이 오늘 토론의 결론"이라며 "정부, 산업계, 학계가 함께 BUILD—Breakthrough, Unification, Innovation, Leadership, Development—의 정신으로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25 메디파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