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 서울시약사회 김위학 회장, 김용범 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서울시치과의사회 고문변호사),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상임대표.. 사진=김원정 기자
(왼쪽부터)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 서울시약사회 김위학 회장, 김용범 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서울시치과의사회 고문변호사),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상임대표..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사무장병원, 면대약국, 허위·과장 광고 등 불법적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약인단체의 자율정화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현행법상 의약인단체가 징계나 조사권을 직접 행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약인단체 자율정화기능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13일 서울특별시의사회 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 주최, 서울시의사회·서울시치과의사회·서울시한의사회·서울시약사회가 공동 주관했다.

전현희 의원은 개회사에서 "의약단체장들과 함께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을 근절하기 위한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며 "불법 의료기관과 약국을 개설 단계부터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근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의료기관 개설 시 개설 내역을 중앙회 분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개설자가 관련 법령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약사법 개정안 또한 약국 개설등록 또는 지위승계 신고 전에 약사회나 한약사회를 통한 교육 이수를 의무화했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자율 징계권 부분은 여전히 남은 과제"라며 "서울시의사회는 2019년부터 전문가평가단을 운영해 현재까지 76건의 사건을 접수했고, 그중 1건은 고발, 11건은 행정처분 의뢰, 37건은 경고 및 주의 처분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의약단체가 자율정화기능을 활성화하고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품위 손상 제외하면, 자격정지 요구조차 불가능"

이날 첫 발제자인 김형주 예문정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는 '자율정화 방안의 법적 근거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김 변호사는 "현재 의사에 대한 징계 권한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있고,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 역시 지자체나 복지부가 담당하고 있다"며 "의사회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징계는 고발·행정처분 의뢰, 회원권리 정지, 위반금 부과, 경고·시정 지시 등 4가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직의 자율정화란 스스로 집단 내부의 문제를 관리·징계함으로써 직역의 신뢰를 높이는 것인데, 현행 법체계에서는 자율정화의 근거가 매우 미약하다"며 "의사회가 실질적인 징계권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의료법상 중앙회 윤리위원회가 자격정지 처분을 복지부 장관에게 '요구'할 수 있으나, 그 사유는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로 한정돼 있다"며 "품위 손상 외의 다른 사유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요구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보건의료인 행정처분심의위원회가 의료인 징계에 의약계 인사를 일부 포함하고는 있으나, 구성 비율이나 주도권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도 비교했다. 김 변호사는 "영국은 의사면허관리기구(GMC)가 면허 등록부터 민원 조사, 징계까지 담당하고, 미국도 주별 의사면허위원회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반면 일본은 한국과 유사하게 후생노동성이 징계 주체로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단체의 경우 자율징계권이 법에 명시돼 있으며, 자체 조사권도 갖고 있다"며 "의약단체 역시 변호사협회처럼 순차적으로 징계권을 이양받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향후 과제로는 ▲징계권 이양 ▲징계요구권 강화 ▲조사권 부여 ▲징계 절차의 객관성·투명성 확보 등을 꼽았다.

김 변호사는 "의약단체가 징계권을 가져오기 위해선 사회적 신뢰를 쌓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품위 손상 외의 사유까지 자격정지·면허취소 요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공정한 징계를 위해 조사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자율징계는 권한인 동시에 의무다. 내부 봐주기 논란을 피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냉정한 자기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조사ㆍ징계권 부여 땐 독립성 확보돼야 

'의약인단체 자율정화기능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서울특별시의사회 강당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 주최, 서울시의사회·서울시치과의사회·서울시한의사회·서울시약사회가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사진=김원정 기자
'의약인단체 자율정화기능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서울특별시의사회 강당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 주최, 서울시의사회·서울시치과의사회·서울시한의사회·서울시약사회가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사진=김원정 기자
패널 토론에서는 자율정화의 필요성과 운영 방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이어졌다.

김용범 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서울시치과의사회 고문변호사)는 "의사단체는 의료 현장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사기관보다 더 정확히 조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자율조사권과 징계권 부여는 비윤리적 의료인에게만 불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체 의료계의 신뢰를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법원이나 복지부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심의하고 있다"며 "이처럼 의사단체는 자율징계권을 제대로 운영할 역량이 충분하다. 다만 자율조사권과 징계권을 부여받는다면 운영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심의위원회 구성은 협회회장단과 분리돼야 하고, 사법부·복지부·전문가단체가 함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상임대표는 "의약인단체의 자율정화는 단체의 특권이 아니라 전문직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제도화하는 과정"이라며 "정부 규제만으로는 고도의 전문직 윤리를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율정화의 목적은 재발 방지와 신뢰 회복, 그리고 정부 규제를 보완하는 데 있다"며 "징계와 처벌만으로는 사회가 발전할 수 없고, 교육과 예방 중심의 자율정화가 국민에게 신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투명하고 객관적인 운영이 핵심"이라며 "외부 시민 참여, 결과 공개, 상설 교육 시스템이 병행돼야 자율정화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청중 질의에서는 전문가평가제의 의미와 한계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서울시치과의사회 서두교 법제이사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는 면허관리 쪽으로 가는 그 전단계로 굉장히 중요다고 인식했다"며 "의료인단체의 자율정화기능 활성화에서도 기존의 시범사업 결과와 개선점이 공유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황규석 회장은 "전문가평가제는 비윤리적 회원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당사자 변론 기회를 부여한 뒤, '혐의 없음·경고·행정처분 의뢰' 중 하나로 판단하는 3단계 구조"라며 "1심은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 2심은 윤리위원회, 3심은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서 담당한다. 최종 결정은 복지부에 통보되고, 복지부는 이를 존중하기로 MOU를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사권이 없어 어려움이 있지만 전문가평가제의 의미는 크다"며 "이 같은 제도가 각 지역으로 확산되고 법적으로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현선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 겸 전문가평가단장은 "현재 12개 시도의사회가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며, 서울시는 약 70건 이상 민원을 다뤘고 전국을 합산하면 이 보다 많다"며 "허위광고, 검증되지 않은 고가 치료 유인 등 정부가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사회도 자율정화제도 필요…법적 미비 보완해야"

약사단체에서도 자율정화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시약사회 김위학 회장은 "약사법은 의료법보다 자율적 규제 근거가 미비한 상태다"며 "최근 창고형 약국 등 대형 마트 형태의 약국이 등장하면서 지역 약국 생태계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부족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의료법에는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약사법에는 약국광고 심의기구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약국 개설등록 절차가 지나치게 간소해 규제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전현희 의원이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의 '사전교육 의무화' 조항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해당 교육 과정에 약사법 관련 내용과 윤리교육이 포함된다면 사전 예방 효과를 통해 부적절한 영업행위나 불법 행위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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