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공기총 살해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사모님 윤길자씨의 주치의 세브란스 박병우 교수가 항소심에서 500만원 벌금형을 판결받았다. 이에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유보됐던 박 교수의 의사면허취소는 감형으로 인해 위기를 벗어났다.
현 규정상 허위진단서는 의사면허취소 처분 사유에 해당하지만, 박 교수는 벌금형으로만 선고돼 의사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윤씨의 남편인 류원기 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인정됐던 제2, 3진단서의 허위 여부가 대부분 무죄로 증명됐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박 교수는 올해 2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진단서 3개중 제2, 3진단서가 허위로 인정돼 징역 8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한 검사 측이 주장한 류씨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여부 역시 근거 불충분으로 무죄로 판결났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수감자의 형집행정지 결정에서 진단서는 단순히 참고용일뿐,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검사측이므로 모든 책임을 박 교수에게 떠넘기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무기징역형인 수감자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판단할 때는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했다. 또한 형집행정지의 적정성을 판단하려면 진료기록 전부와 의료자문기관에 의뢰를 했어야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히 박 교수의 진단서 하나만으로 판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사의 형집행정지 판단의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제1진단서에는 천식 발작으로 인해 윤씨의 건강상태가 더 안좋다고 기재돼 있었음에도 형집행정지가 거부됐으나, 그에 반해 비교적 나은 상태로 추정되는 제2, 3진단서에서는 이것이 받아들여졌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 재판부는 박 교수가 작성한 제2진단서 중 '수감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문장을 허위로 인정했다. 1심과 달리 서울고등법원은 의학적 판단 하에 윤씨의 병명이 기재돼 있는 항목은 모두 무죄로 결정했으나, 이 문장은 추상적인 부분이 강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을 담당하면서 진단서에 대한 구체적인 판정기준이 있어야함을 시사했다.
재판부는 "어떤 경우 수감생활이 불가능한지의 기준과 의료적 판단 여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허위진단서로 인정되는 부분이 구체적으로 정리가 돼야, 향후 이와같은 사건이 발생할 시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소심이 끝난 후 박 교수 측은 대법원 항소까지는 좀 더 논의를 해보겠다는 입장이었다.
박 교수 측 변호인은 "전혀 예상 못했던 제2진단서 일부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이 점을 놓고 불합리한 측면을 주장할지 일주일 내로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