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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과거 형집행정지를 위한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국민의 진료비를 평가하는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논란이었다.
이 사건은 2002년 한 중견기업 회장 부인 B씨가 사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의심한 여대생을 청부 살해한 것으로, 당시 사회적 충격이 컸다.
B씨는 2004년 무기징역을 확정받았으나 이후 허위진단서를 근거로 수차례 형집행정지가 이뤄지며 VIP 병실에서 생활했다. 이로 인해 '황제 복역' 논란이 일었다.
당시 주치의였던 A씨는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7년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3년에는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3년간 회원 자격 정지 처분도 받았다.
심평원은 논란이 커진 뒤 A씨를 직위해제했다. 하지만 이미 임명 과정의 판단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의문은 남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당연한 조치지만 너무 늦었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의 상처가 여전한데 이런 인사가 가능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강중구 심평원장이 있다. 강 원장은 A씨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동기이자, 과거 재판 당시 탄원서를 작성했던 인물이다. 또한 사건의 주범이 형집행정지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그는 그 병원의 진료부원장이었다.
국정감사에서 그는 "A씨가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했다가, "혐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답변을 바꿔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와 더불어 진료부원장으로 재직 당시 B씨의 입원 사실조차 "몰랐다"고 답해 논란을 키웠다.
진료심사평가위원은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비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심사 기준을 세우는 자리다. 한 건의 결정이 의료 현장의 기준이 되고, 국민의 신뢰로 이어지는 위치다.
그 자리에 과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 임명됐다는 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이는 심평원장이 그 자리를 얼마나 무겁게 인식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를 묻는 일이다.
공공기관의 인사는 법적 결격 여부를 넘어 국민의 신뢰를 대표한다. 직위해제는 논란이 커진 뒤의 조치일 뿐, 인사 단계에서 책임 있는 판단이 부재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이번 일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기관이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공공기관의 자리는 단순한 직무가 아니라 사회가 기대하는 기준을 보여주는 자리다.
심평원이 그 자리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가 이번 논란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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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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