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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자체 AI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발굴한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1상 승인을 받았고, 대웅제약은 8억종의 화합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약 후보를 탐색하는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했다. GC녹십자, 유한양행, 종근당 등도 각각 독자 AI 신약개발 시스템을 정비하며 R&D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AI 신약개발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연산 인프라,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AI가 아무리 정교해도, 연산 자원이 부족하면 데이터 학습이 멈추고 혁신의 속도도 더뎌진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엔비디아 젠슨 황 대표의 방한과 함께 발표된 '한국에 GPU 26만장 공급' 계획은 주목할 만한 소식이다. 이번 협력에는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가 참여했으며, 정부는 이 중 최대 5만개의 GPU를 확보해 기업과 산업 전반의 AI 개발을 지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입장에서는 이번 대규모 GPU 도입이 AI 신약개발의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후보물질 발굴이나 임상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고성능 GPU는 연구의 속도와 정밀도를 함께 높인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개발 신약은 1999년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지난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엑스코프리정'까지 총 41종이다.
반면, 최근 신약개발에서 급부상한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43개의 신약이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러한 격차는 중국 정부가 AI 신약개발을 '국가 5개년 계획'의 우선순위 과제로 지정하고, 대규모 GPU 인프라와 데이터를 결합한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AI는 신약개발의 '도구'가 아니라 '무기'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력과 연구 인력을 바탕으로 AI 신약개발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번 엔비디아 GPU 공급이 단순한 산업 협력이 아니라 '국가 바이오 연구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져야 한다.
젠슨 황이 말한 'AI 산업혁명'의 무대가 한국이라면, 그 혁신의 중심에는 'AI 기반 신약개발'이 있길 바란다. 이번 GPU 인프라 확충을 디딤돌 삼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할 많은 국산 신약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올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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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환 기자
choiih@medip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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