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공통된 이슈에 대해 각자의 이해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는 만큼, 직역간 입장 차이는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갈등들은 십수년이 넘게 오랜시간 해묵은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래된 논쟁인 만큼 새롭게 시위나 투쟁에 나서더라도 결국 요구되는 사항은 같다. 대부분의 직역들이 '왜' 분노하는지, '왜' 부당한지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결국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만 하고 있는 셈이다.  

소모적인 이슈들은 여러 직역에서 산재해 있지만, 약사회 출입기자로서 현재진행중인 이야기를 꺼내자면 단연 한약사 문제다. 이 소모전은 30년이나 이어져왔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9월부터 한약사 문제를 두고 '끝장'을 보기 위해 용산 대통령실 앞과 국회, 다시 용산에서 3번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많은 약사들이 이에 동참하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3개월간 쉬지 않고 이어지는 평일의 시위는 그만큼 약사들의 답답함을 대변하는 방증이기도 하다. 약사회는 투쟁을 멈출 생각이 없이 해결이 될 때까지 장기 투쟁할 것을 예고했고, 한약사 문제 TF를 '투쟁 본부'로 격상해 그 규모 또한 더욱 키워갈 예정이다.

그러나 단순히 다른 단체의 문제를 지적하고, 우리 단체가 '왜' 분노하는지 설명하고, 이를 해결해달라는 요구는 정당하다는 논리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른 논리로 반박하기 어려운, 아주 명확한 해결책을 상세하게 마련해 먼저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노력과 요구에도 정부가 해결사로 나서지 못한다면 다른 방식을 시도해야 한다.

'어떻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약사회는 '약국과 한약국을 구분해야 한다', '일반의약품 불법 판매 처벌(일반약-한약제제 구분)', '한약사 약사 고용 금지', '약사와 한약사 면허구분을 명확하게 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약사 제도를 폐지하라'와 같은 목소리를 외친다. 

그러나 약국과 한약국이 구분되고, 면허를 지금보다 세세하게 구분한다고 해서 지금 지적되는 문제들이나 갈등이 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또한 일반의약품과 한약제제를 구분하길 바란다면 약사와 한약사가 마주해 함께 기준을 정해 판단하고 결정한 뒤 도출한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양측이 이를 명확하게 지키자는 약속이 필요할 것이다.

한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에 약사를 교차고용을 하면 안 된다고 외치지만, 반대로 한약사 운영 약국에서 근무하는 것을 받아들인 것이 해당 약사라면 이 경우는 오롯이 한약사만의 문제라고만 하기도 어려운 부분이다. 

만일 '한약사 제도 폐지'라는 강경한 입장을 해결책으로 내세울 것이라면, 기존의 한약사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미 한약학과에서 공부 중인 학생들은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까지도 선제적으로 마련해 정부에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전문 직역을 없애는데 아무런 조율 없이 하루아침에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해결책 제시가 쉬운 일은 아니다. 약사사회 내에서도 지금보다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들은 꾸준히 있었을 테지만, 직역 사회의 분위기상 언급이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30년간 지속된 소모전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게 되는 것이 더 큰 손해이지 않을까. 정부의 해결 의지를 촉구하는 투쟁도 좋지만, 그와 함께 보다 명쾌한 해결책을 세우고 제시함으로써 지지부진한 소모전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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