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AI는 단순히 시간을 줄이는 도구가 아닙니다. 신약개발 전략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최근 학회와 기업설명회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 삼진제약, 딥노이드 등 국내 기업도 AI·디지털 기반 신약개발을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현장 속도와 투자자 기대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AI는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4~5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고, 임상 설계 최적화 및 실제 진료 데이터(RWD) 기반 환자 선별까지 가능하게 한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플랫폼, 삼진제약의 AI 임상 설계, 딥노이드의 디지털 병리·영상분석이 대표 사례다. 하지만 데이터 품질과 범위, 알고리즘 검증·규제, 투자 대비 성과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규제와 표준 부재는 실무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데이터가 분절돼 있고 알고리즘 성능 검증과 임상 적용 기준도 국가마다 다르다. 해외 공동연구가 늘고 있지만 국내 제도·인력·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에서는 "이제는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아닌 실질적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앞서 바이오코리아 2025에서 알렉스 자보론코프 인실리코메디슨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AI를 이야기하지만 사실 AI 자체의 가치는 없다"며 "어떤 약을 개발하는지, 성공하는 신약이 있는지, 임상 실험을 통과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한 바 있다.

AI·디지털 신약개발은 분명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혁신이 현실이 되려면 데이터·규제·성과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기대와 회의가 공존하는 지금이야말로 AI 신약개발의 진짜 가치를 차분히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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