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전공의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출범식은 단순한 행사라기보다 우리 의료제도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불과 2주 만에 3000명의 회원이 결집한 것은 수련 현장의 청년 의사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연대의 틀을 원해왔는지를 웅변한다.

그동안 전공의들은 '전문직 의사'라는 이유로 노동자로서의 권익 논의에서 배제돼 왔다. 그러나 주당 100시간을 넘는 노동시간, 모성 보호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근무환경, 사법 리스크와 환자 안전 사이에서 매일같이 갈등해야 하는 구조 등 현실은 달랐다.

'의사=고소득 전문직'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병원 속 전공의가 겪는 처지는 괴리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노조 출범은 바로 그 괴리를 메우려는 시도였다.

출범식 무대에 선 전공의들은 "노동인권 보장이 곧 환자 안전"임을 분명히 했다. 과로사로 스러진 동료의 죽음, 여전히 이어지는 100시간 근무, 솜방망이에 그치는 법제도를 비판하며 이들은 더 이상 개인의 희생으로 버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신고센터 설치, 실태조사, 전공의법 개정 추진 등 구체적 계획도 함께 내놨다. 이는 단순한 권리 요구가 아니라 의료의 안전망을 바로 세우려는 제안이었다.

이날 축사를 맡은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의 발언은 현장 분위기와 맞닿으면서도 또 다른 울림을 줬다.

그는 전공의 시절 주당 140시간 당직, 임신 중 당직 근무,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한파 속 야외 컨테이너 근무 경험을 털어놓으며 "여러분이 어떤 한계를 느끼는지 가장 잘 안다"고 말했다.

동시에 "여러분은 오늘 노동자로 규정됐지만 전문가로서의 탁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노동자의 권익은 중요하지만, 의사가 사회로부터 존중받는 이유는 결국 '그 순간 환자 앞에 선 최고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일과 전문가로서의 탁월함을 유지하는 일은 때로 충돌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가 뒷받침돼야 환자 안전이 지켜진다. 권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전문성은 오래 유지될 수 없고, 전문성 없는 권리 요구 역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주영 의원이 말한 '아레테(탁월성)'는 바로 이 균형을 잃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전공의노조 출범은 우리 사회가 답해야 할 질문을 던진다. 전공의들을 단순히 젊은 노동자로만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전문가로 성장할 조건을 보장할 것인가. 그 답은 곧 한국 의료의 생존과 직결된다.

전공의노조도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지키면서도 전문가로서의 탁월함을 놓치지 않는 일, 두 과제를 동시에 짊어진 길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균형을 지켜낼 때 전공의노조의 설립 취지가 빛날 것이다. 노동조합은 권리를 위한 도구이자, 더 나은 의사가 되기 위한 발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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