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앞에서 온라인팜 유통업 허가 반납을 촉구하는 집단 시위에 이어 이달 6일부터는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의약품 유통업계의 시위 요지는 제약기업 한미약품이 유통법인 온라인팜 설립과 온라인쇼핑몰인 HMP몰을 개설해 의약품 유통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어 더 이상 시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한미약품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약기업으로서 본업인 연구개발과 생산에 전념해야 한다"며 "유통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과욕을 반드시 막아내야 할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유통협회가 이처럼 시위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여타 제약사들의 움직임까지 원천 차단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이미 일부 제약사가 온라인팜과 유사한 형태의 조직을 탄생시켜 움직일 것이라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어 온라인팜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다면 제약과 유통의 경계가 허물어 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과 유통업계의 갈등은 이미 온라인팜이 설립된 2012년부터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온라인팜이 운영하는 HMP몰에 유통협회 회원사 중 14개 유력 업체들이 입점에 약국영업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에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HMP몰에 입점해 있는 14개 업체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부회장 업체가 3곳, 상임위원장 업체 1곳, 협회산하 시도지부장 업체가 2곳, 서울시유통협회 부회장 업체 1곳, 협회 상임고문 업체 1곳 등 8개사가 협회운영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외 업체들은 대부분 이들 업체의 계열사다.
유통협회는 한미약품 시위에 앞서 HMP몰 입점 회원사들에게 빠져나올 것을 요청했으나 일부는 계약상을 이유로 빠질 수 없다는 입장이고, 또 일부는 모든 업체가 동시에 빠진다면 나도 접겠다는 전제조건을 내놓는 등 상호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만을 연출했다.
지난 6일부터 진행된 한미약품 사옥 앞 1인 시위에는 HMP몰에 입점해 있는 업체 대표이사까지 참여해 `한미는 유통업에서 철수하라`고 외쳤다. 이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한 제약사 임원은 "유통협회의 시위는 한미약품 사옥 앞이 아닌 참여 유통업체들 앞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자기 희생은 없고, 자기들 입장만 주장하고 있어 과연 얼마만큼 설득력을 얻겠느냐"고 비판했다.
이같은 시각은 제약업계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 병원주력 도매업체 사장은 "이미 우리는 15년전에 쥴릭파마의 국내시장 진출에서도 겪었듯이 학습효과가 있었지 않았느냐"면서 "한쪽에서는 우리가 칼날을 겨냥한 쪽과 손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시위로 얼마만큼 실효성을 거둘 것인지 답은 나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HMP몰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의 온라인 가격이 오프라인 영업에 영향을 주고 있고, 온라인팜(한미약품)의 유통업을 좌시할 경우 여타 제약사로 사업이 확대되는 것을 막는 성과를 위해 시위에 나선 것으로 이해되지만, 우리 회원사도 설득하지 못하는데 과연 어떤 명분으로 한미약품을 설득할지 답답하다"며 "협회가 주도한 시위인 만큼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당위성을 확보했었야 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양쪽 모두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소모전을 지속하기 보다는 한발씩 양보할 명분을 찾는 물밑회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