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올해 보건의료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앞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기 검열에 나섰다.
외부 제3자 시각에 따른 심평원의 문제점은 낮은 공공성과 효율성, 업무 중복, 일부 분야의 전문성 저하 등으로 도출됐고, 앞으로 업무 조정, 일반 시민 참여 등을 통해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심사평가원은 최근 심평원 발전방안 연구 최종보고서(연구 책임자 서울대 김창엽 교수)를 발표,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수행의 전문화와 체계화·효율화를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보건의료체계와 심평원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크게 보건의료비용의 상승, 효율성 제고에 대한 압력, 사회적 갈등 심화라는 3중고로 요약할 수 있다.
심평원 업무에 대해서는 심사의 경험이나 체계에서는 강점을 가지고 있으나, 거시적 효율성과 공정성, 투명성, 기관 신뢰도, 전문성 등을 보완·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되는 실정이다.
특히 평가와 의료의 질 향상에 대해서는 기존의 비용 절감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고유 업무영역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한 상황.
연구팀은 "의료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기존 방식으로는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양한 의료기술이 도입되고 의료 서비스가 복잡해짐에 따라 심사와 평가 기준의 설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심평원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음을 시사했다.
게다가 새로운 의사결정 체계와 거버넌스에 대한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고, 기관 고유 업무 외에도 공공기관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심평원의 앞날을 위해 기능 설정과 핵심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평원 오히려 보건의료체계 악영향..업무조정 시급"
세부적으로 문제점을 검토한 결과 공공성, 효율성 등의 관점에서 많은 문제와 한계점이 도출됐고, 이로 인해 보건의료체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선 효율성 관점에서 보면 현 심사 체계는 요양기관이 제출하는 청구명세서의 정보에 기초한 건 단위 비용심사 중심으로, 전체 체계의 효율성과 재정 영향을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또한 현 평가 체계는 모든 요양기관을 포괄해 평가하지 않고 아직 일부 질환과 행위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거시적 관점에서 지출 경향과 효율성을 평가하기도 어려운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단기 실적 중심, 삭감액 중심의 공공기관 운영평가를 기준으로 기관 운영이 이뤄질 경우, 제도와 조직의 정합성을 저해하고 의료공급자의 행동을 왜곡 유도하는 등 오히려 전체 보건의료 체계의 효율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외부기관과의 업무 중첩 물론, 내부 실·부서간 비효율 '제거'
따라서 전체 보건의료체계의 목표 하에 심평원의 공식 목표를 명확히 수립해야 하며, 공식 목표에 부합하도록 하부 조직의 운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전체 보건의료체계의 관점에서 봤을 때 기관의 수행 기능이 타기관의 정책이나 프로그램과 겹치거나 오히려 배치되는 등의 비효율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의료연구원, 보건산업진흥원 등의 보건의료기관과의 업무 중복을 제거해야 한다는 뜻으로, 오는 하반기께 이뤄질 업무조정에 대비한다는 시각에서 가장 먼저 선결돼야 하는 과제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심평원 내부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각 부서의 역할과 기능이 겹치지 않는지, 업무의 방향은 일치하는지 등 비효율 발생 가능성을 감시하고 조정해야 한다"면서 "심평원이 공공기관인만큼, 공공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성을 제고할 때는 반드시 대원칙은 시민과 시민 편익을 중심으로 설정해야 하며, 모든 협의 결과가 시민의 보편적 이익을 대변하도록 기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형평성 제고·질 향상도 이어져야..시민참여도 확대
이외에도 심평원은 형평성을 제고하고, 의료 질 향상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입장이다.
형평성 제고를 위해서는 보건의료 이용이나 지출, 접근에 있어서 불평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전문 인력과 방대한 급여 자료를 토대로 이를 개선할 정책 방향을 설정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현재 보건의료 관련 집단 사이에 의료 질에 대한 합의가 충분하지 않고, 심평원 내부에서조차 핵심가치로 공유되는 정도가 강하지 않다"면서 "심평원은 질 향상이 핵심적인 책임이자 기능임을 인식하고, 추구할 의료의 질의 범위를 명확한 다음 고유역할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심평원이 지향해야 할 가치로 '시민참여'임을 강조하면서, 시민참여가 부적절하거나 불가능하다는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현재 심평원은 시민참여를 형식적 수준에서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지 이해관계자에 대한 압박용 대중 동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심평원은 시민적 참여의 주체를 양성하고 발견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공론장을 형성해 궁극적으로 보건의료영역에 대한 시민적 통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