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일관성 없는 심사와 계속되는 심사 지연으로 공급자는 물론, 소비자, 정부 모두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심평원 역시 자기 반성을 하면서,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심평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의원과 전혜숙 의원과 함께 지난 25일 건강보험 발전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 이 같은 문제를 공감하면서 개선을 약속했다.
이날 17여년간 심평원을 봐온 서울의대 김윤 교수부터 심평원의 고객 입장인 병원과 소비자, 건강보험 전문가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까지 모두 심평원의 애매모호한 심사 기준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다.
공급자 측 대표로 나온 대한병원협회 서진수 보험부위원장은 "일관성 없는 심사와 지연되는 심사 결정 등으로 의사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다. 불합리해서 이의신청을 하는 것인데, 이의신청을 너무 많이 할 경우 소집을 당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병협 서 보험부위원장은 "공급자들 입장에서 무조건 '삭감'과 '심사'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근거가 있고, 과학적인, 일관성 있는 근거를 중시한다"면서 "제대로된 근거에 따른 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전문가인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 역시 "이러한 문제는 서면심사 시절의 방식을 EDI에도 적용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어린아이의 옷을 마흔이 돼서도 입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제대로된 심사를 하려면 정확한 자료부터 갖춰야 하며, 투명도 측면에서 비급여 부분도 파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태현 교수는 "정확한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심사를 위해서 청구명세서가 아닌 EMR(전자의무기록)에 기반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에 대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부연했다.
심평원 심사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은 소비자,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자혜 회장은 "과잉진단이나 과잉수술이 제일 문제인데, 심평원이 이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을 속히 개선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명확한 심사 기준을 만들고, 건보공단이나 의료기관평가인증원과 겹치는 업무는 개선해 나가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이재란 보험평가과장은 "보험평가과장으로 오기 전까지 분쟁조정위원회를 담당해왔다. 심평원과 관련된 분쟁조정만 1년에 5만건에 달한다"면서 "이는 심평원 심사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과장은 "심사가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하는데, 일부 방식의 변경으로는 안 되고 심사체계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사체계 전반을 바꾸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하는 점도 강조했다.
이 과장은 "청구명세서 심사를 EMR 심사로 바꾸는 것은 동의하나, 정부와 공공기관이 전국민 진료기록을 보유하는 것에 민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와 의료계, 정부, 국회가 같이 고민하면서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했다.
심평원 이소영 연구조정실장은 이 같은 지적과 조언에 대해 수긍하면서, "거시적 관점에서 비용과 의료 질의 통합적 관리를 시행하고, 심사기준 마련시 학회 등 전문가와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실장은 "심사 효율화 차원에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심사 고도화와 자동화를 위한 DB 구축과 모형 개발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