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심평의학'이란 게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심사·삭감에 대한 병의원의 이의신청과 심평원의 병의원 의견 인정으로 다시 돌려주는 삭감액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이규덕 위원장<사진>은 지난 13일 출입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최근 이의신청 인정 비율이 증가하는 것을 밝히면서, "현행 지불제도상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이의신청은 건강보험법상 심평원 처분에 대한 권리구제절차로, 심사 및 평가에 대한 처분에 불복해 처분의 취소나 변경을 신청하는 제도다.

심판청구는 이의신청 결정에 불복이 있을 경우 보건복지부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심판청구를 하는 행정쟁송절차다.

지난 2012년 이의신청은 총 51만 7,394건, 654억원어치가 들어왔으며, 2016년에는 93만 3,461건, 1,022억 2,800만원으로 최근 5년간 크게 늘어났다.

또한 병의원의 주장이 옳은 경우, 즉 이의신청이 인정된 건수도 지난 2012년 17만 2,933건, 118억 9,800만원어치에서 2016년 50만 3,008건, 313억 4,800만원으로 급증했다. 즉 이의신청 인정건이 42%에 달하는 것.

특히 혈액총이산화탄소함량, 헤모글로빈A1C, 면역조직(세포)화학검사, 프로칼시토닌-정량, 세포표지검사, 미량알부민검사(정량), 외래환자 의약품관리료-상급, 복부-삼차원CT, 유방절제술-근치절제술, ALT[SGPT], AST[SGOT], 협의진찰료, PET 등 검사와 진단분야에서 이의신청이 많이 접수됐다.

심판청구 역시 증가세다. 지난 2012년 2만 4,465건, 235억 5,300만원이 접수됐으나, 2016년에는 5만 3,673건, 392억 4,400만원이 들어왔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심사시 교과서나 가이드라인 대신 심평원에 존재하는 '심평의학'을 기준으로 무조건 삭감하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고 삭감액을 돌려주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심평원 이규덕 진료심사평가위원장은 "사실 심평원에서 심사하는 청구건이 14~15억건 정도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이의신청이 들어오는 부분은 매우 적다"면서 "심사 삭감률 증가하는 것은 심평원의 1차심사의 한계도 있지만, 의료계 자체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의신청 인정률이 많은 것은 심평원이 잘못한것도, 잘한것도, 또한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병원에서는 환자 상태나 특성, 질병정도 등에 따라 필요한 검사만 할지, 꼼꼼하게 검사를 할지 등을 선택하지만, 심평원에서는 검사 결과물만 보고 필요성 유무를 따져 심사하기 때문에 엇갈리는 의견들이 나올 확률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행위별 지불제도이다보니 진료 과정에서는 적정한 진료라고 볼 수 있지만, 심평원에서 봤을 때는 과잉 진료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이의신청을 하고, 과잉진료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보충자료들을 충분히 제출하면 심평원도 이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1차 심사시 의료과정에서의 세부적인 상황들을 볼 수 없는 한계점으로 급여기준대로 심사를 하다보니 삭감과 이의신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새로운 직원이 심사실에 많이 오거나, 올해 초처럼 종합병원 심사가 지원으로 이관돼 업무 범위가 크게 변경되는 경우에는 한 행위를 보는 견해가 달라지게 되면서 더욱 심사에 따른 삭감이 많아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의신청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요양기관 측에서는 자신들의 주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기회고, 심평원도 이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논의해서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자리가 된다"며 "이의신청이 많아진다고 나빠지는 결과라고만 봐선 안 된다"고 단언했다.

과다 삭감만? 이의신청 결과 통보 '지연'도 '문제'..심평원 "각종 시스템 도입해 줄일 것"

한편 병의원들은 과다한 삭감도 문제지만,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후 그 결과를 받아보는 기간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이의신청 후 병의원들이 그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무려 250여일이 걸리고 있다. 심평원은 이에 대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사안인만큼, 올해 이에 대한 기간 단축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사관리실 박영숙 부장은 "지난 2015년에 접수된 이의신청 건을 최근들어서야 마무리지었다. 병원에 결과 통보까지 평균 200일이 넘게 걸린다"면서 "업무량에 비해 이를 수행할 인력이 워낙 부족해 어쩔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부장은 "이러한 물량 적체 현상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최근 계약직 9명을 채용하는 등 인력을 확충했고, 동일 수진자·동일 항목·단순 항목 등을 묶어서 처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항암제 등 진료 연계건은 요양기관 및 수진자의 원활한 진료를 위해 우선 처리하는 투트랙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단순착오에 따른 삭감 및 이의신청 비율이 절반에 달하는만큼, 이를 감소하기 위한 교육과 간담회도 개최할 것"이라며 "특히 오는 16일 오픈 예정인 이의신청 전산처리시스템<사진>이 시행되면, 처리 기간이 대폭 단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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