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건강보험이 40주년을 맞았으나 여전히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각자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 정체성이 불분명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보험 노동조합은 13일 성명서를 통해 "심평원은 개인정보보호법 파괴외 건강보험료 부담 가중 행위를 중단하고, 기관의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 노조는 "지난 2000년 건보 통합 이후 17년 동안 양 기관의 기능과 역할은 더욱 왜곡됐고, 이 같은 비정상으로 보장성 강화 정책이 제한되는 등 국민적 폐해는 한계를 넘어선 상태"라고 운을 뗐다.
문제의 원인으로 공단 노조는 심평원의 유사 보험자 역할에 주목했다.
노조는 "국민건강보험법은 공단을 보험자로, 심평원을 심사와 평가기관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심평원이 유사(類似) 보험자로서 끊임없이 공단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중복업무로 인한 행정비용 낭비와 국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평원은 보험자인 공단이 수행해야 할 현지조사, 요양급여 기준 제정, 약가관리, 조사연구등을 시행, 확대하면서, 정작 심평원의 고유 업무인 심사·평가 업무가 부수적으로 된지 오래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보건복지부가 철저한 공단 배제와 심평원 지원 전략으로 이를 구조화하면서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며 "복지부는 상위법인 건강보험법을 위배해가며 복지부령, 고시, 규칙 등을 통해 수없이 심평원의 몸집을 불려주고, 공단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불구 보험자'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실제 급여 결정 등 심평원의 확대된 보험자 업무로 정작 본래 업무인 심사 및 평가 수행 인력은 전체인력(2,500명)의 44%(1,100명)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전문인력을 운운하면서 복지부가 핑계를 대는 탓에 지금의 기형적 구조가 마련된 것"이라며 "이제는 복지부가 나서 양 기관의 기능과 인력조정을 통해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파괴한 자보 심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무한 갑질 등 문제 심각"
심평원의 자동차보험 위탁 심사로 인한 각종 폐해와 건강보험료 부담 가중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노조는 자보 위탁 심사에 대해 "공단에서 지급하는 매년 4000억원에 이르는 재정으로 심평원은 자보 인프라(사옥, 컴퓨터 등 사무용집기)를 구축하고, 민간 자동차 보험사들의 이익을 위한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문제는 건보 심사로 축적된 개인 질병 정보를 자보 심사를 위해 활용해 자보사의 걸림돌인 기왕증 여부를 가려내주고 있다는 것.
실제 자보 손해율은 2013년 87.8%, 2014년 88.4%에서 2016년에는 83.0%로 급격히 낮아지더니 올해 1분기에는 78.0%까지 내려갔다.
뿐만 아니라 "병의원 등 의료공급자들 역시 자동차보험 급여기준을 적용해야 할 환자들에 대한 심평원의 마구잡이 삭감으로 막대한 손실과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의료계의 손실은 결국 건강보험 비급여 증가와 의료량 증가, 국민의 피땀어린 건강보험재정의 누수로 귀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민간 보험사 이익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을 파괴하고, 의료계에 대한 무한 갑질과,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심평원의 행위는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하며, 현행 심사의 근거규정인 국토부 시행령에 동의한 복지부도 책임을 방기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이제 심평원은 고유 설립목적에 맞게 심사와 평가 기관으로 되돌려져야 한다"며 "오는 7월 1일 건강보장 40주년이 불합리와 편법으로 점철된 건보공단과 심평원 양 기관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역할을 재정립해 건보 제도의 지속발전 가능과 보장성강화 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