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서민지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할론 지적을 두고, 심평원 노동조합 측이 강한 반박에 나섰다. 또다시 공단-심평원의 기관 간 갈등으로 번지지는 않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심사평가원 노조는 15일 성명을 통해 "건보공단 노조가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구태적인 헐뜯기에 급급하다"며 "국민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3일 건보공단 노동조합 측은 "건강보험 40주년에도 심평원이 자신의 역할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다"며 "유사 보험자 행위와 개인정보를 파괴하는 자보심사, 의료기관에 대한 갑질 등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공단 노조는 "공단은 건강보험법상 보험자며, 심평원은 심사와 평가기관이다. 그러나 심평원은 법을 어기면서 공단의 영역을 침범하고, 이에 따라 중복업무로 인한 행정비용 낭비와 국민 혼란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의 유사 보험자 업무로 현지조사, 요양급여 기준 제정, 약가관리, 조사연구 등을 꼽았다.
이 같은 공단 노조의 심평원 역할론 지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미 이와 관련해 수차례 성명을 발표한 바 있고, 내주에는 보험자 역할에 대한 국회 정책토론회도 준비 중인 상황.
그간 침묵으로 일관했던 심평원 노조가 공단 노조의 활발한(?) 행보로 걷잡을 수 없이 심평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제식구 감싸기'에 나섰다.
그러면서 "현재 법을 어기면서 유사 보험자 업무를 한다고 하는데, 공단 노조가 건보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민건강보험법 제63조(업무 등)에는 요양급여비용 심사 및 적정성 평가업무 외에 현지조사, 요양급여기준 제정, 약가관리, 조사연구 등이 명시 됐다"고 밝혔다.
또한 공단 노조가 심평원의 심사 및 평가 인력이 44%에 불과하며, 심사조정률이 하락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심평원 노조는 "심사 및 평가 관련 인력은 전체인력(2,519명)의 64.7%(1,630명)이다. 심평원 심사기능은 진료비 조정뿐만 아니라 부당청구 사전 예방, 사후관리 등을 포함하는 진료비 재정지출 전반을 포함하며, 이에 대한 재정절감 효과를 환산하면 심사조정률은 2.23%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심평원이 자동차 보험 위탁 심사로 건보의 공적기능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민간보험사를 위해 개인 질병정보와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는 공단 노조 측 지적에 대해서도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심평원 노조는 "오히려 자보 심사를 통해 국민건강과 공적보험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제63조제1항제5호 규정에 따른 업무로, 교통사고 피해자의 보호기능을 수행하는 측면에서 의무(책임)가입 등 사회보장적 공보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보 심사와 관련한 인건비, 사업비, 사무실 임차료, 사무용품 등 각종 제반 비용은 모두 위탁계약에 따른 위탁자인 보험회사와 공제조합으로부터 제공받고 있다"면서 "건보 재정과는 전혀 무관한 특별회계로 관리 중"이라고 강조했다.
업무 효율화를 위한 차세대 심사시스템 구축 역시 보험사 및 공제조합으로부터 확보한 심사 수수료가 투입되며, 기왕증심사는 건보 개인정보가 아닌 의료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심사 참고자료를 활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건강보험 재정이 교통사고환자에게 불필요하게 활용되지 않도록 건보공단과 업무협력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으며, 자보심사시 건보가 아닌 자보에만 적용되는 별도의 국토부 고시를 기준으로 심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심평원 노조는 "건보공단 노조는 자신들의 기능과 업무는 방치한 채 근거 없이 타 기관을 비난·비방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한다면 건보 발전은 요원해진다"면서 "국민이 혼란과 아픔을 딛고 국민대통합으로 나아가고 있는 시기에 공단은 국민을 위한 공기관으로서 국민을 위한 길을 스스로 되묻고 본업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공단 노조의 심평원 직원들에 대한 모독과 명예훼손에 묵과하지 않겠다"며 "심평원과 심평원노조는 국민을 위해 심사·평가 업무를 포함한 본연의 기관 역할에 책임과 소명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단과 심평원은 오는 20일 공동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지난 심포지엄과 달리 처음부터 화합의 자세로 나온터라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공동 심포지엄이 열리기 전 두 기관의 노조가 '기능·역할론'을 두고 이 같은 거센 언쟁을 펼치고 있어 행사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지 우려가 앞서는 상황.
게다가 두 기관은 올해 하반기 기능조정 공공기관 대상에 해당될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 보험자의 역할 조정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보건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