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병원을 떠난 전공의 일부는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통하며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압박에 사직서 수리가 금지되며 수입이 없는 데다, 선배 의사로부터 지원을 받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이유다.

15일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최근 사직 전공의 상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정 전 대표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일부는 의료와 무관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전공의 시절 모아둔 월급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르바이트의 경우 물류센터에서 일하기도,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기도 하며 지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막막한 상황을 겪는 전공의들도 있다. 아이가 있거나 외벌이로 생활하던 경우 등이다. 정 전 대표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하는 분들도 있는 걸로 안다"고 언급했다.

다만 전공의들은 그럼에도 복귀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 전 대표는 처음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발표됐을 때 '이대로 통과되면 후배 의사와 의료계에 죄를 짓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잘못된 정책을 막지 못했다는 부채 의식이 남을 것 같았다.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다 할지라도 어떻게든 막아내는 게 전공의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싶다"며 "당장 저도 외벌이지만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5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 임기가 시작되면 좀 더 현실적 지원 방안이 없을지 문의할 계획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투쟁 전면에 선 전공의들이 생활고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사직 전부터 예견된 부분이다. 병원에 '최후의 보루'로 남은 교수들이나 개인사업자와 같은 개원의들은 전공의 사직이 가시화되자 현실적 한계를 감안, 후원으로 힘을 보태겠단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생활고를 겪는 사각지대 전공의 사례가 발생하는 건 정부 압박에 이 같은 지원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공의에 대한 선배 의사 지원은 이뤄지고 있지만 단체 차원 공식 지원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전공의 사직을 집단행동으로 간주하고 있고, 이들에 대한 의료계 지원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직역의사회 등 단체가 공식 지원하면 집단행동을 지원하는 불법행위로 제재할 수 있어 오히려 전공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지원은 개개인이 개별 후배에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개인이 후배를 지원하는 건 정부도 문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공식·공개적으로 나서서 지원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선배 개인이 후배 개인을 도와주는 식으로 음지에서 알아서들 도와주고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물밑에서 이뤄지던 전공의에 대한 지원은 내달부턴 수면 위로 떠오를 예정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내달 임기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사직 전공의 지원을 시작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협회가 어려움을 겪는 회원을 돕는 건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임 당선인은 "회원을 돕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라며 "5월 1일 본격 회무를 시작하면 개별적 지원이 아닌 의협 차원에서 전공의 지원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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