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대정원 2000명 확대로 불거진 전공의·의대교수 집단사직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형 병원들의 경영이 '비상(非常)' 사태를 맞고 있다.

최근 대한병원협회가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개소를 대상으로 지난해와 올해 동기간 의료수입액, 병상가동률, 입원‧외래환자수를 비교한 '수련병원 경영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10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의 총 의료수입이 전년 대비 19.7%로 급감하며, 경영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처했다.

이 결과를 뒷받침하듯 빅5 병원인 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등은 최근 비상경영상태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일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이날 서울대학교병원장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교직원들에게 비상경영체계로의 전환 결정을 알리며, 올해 배정된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된 예상 집행으로는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음을 설명한 것이다.

이어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15일 비상경영체계로 전환했다. 서울성모병원도 병상가동률 감소 등으로 인해 비상경영계획을 수립 중으로 알려진다.

사실상 빅5 병원이 모두 비상경영체계 속에서 환자를 받고 있는 셈이다. 빅5 병원에 비해 규모가 작은 지방병원들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부산대병원은 지난 8일 비상경영체계를 선포했고,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지난 1일 비상경영체계로의 전환을 골자로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형국 순천향대 천안병원장은 “계속되는 적자로, 임직원 임금 지불조차 걱정해야 하는 상태”라며 현 사태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이같은 경영난 악화는 전공의 현장 이탈로 인해 수술 가능한 규모가 줄어들고, 의대교수들이 진료 축소에 나서는 등 의료파국이 장기화되면서 도미노처럼 환자와 병상이 감소하는 현상으로 이어진 것에 따른다.

이에 병원에서는 고정지출 요소인 인건비를 절감해 지출 물꼬를 막아보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 후 벌어진 의료파국으로 인한 경영난 악화가 직원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간호사를 포함해 직원 대상으로 최대 무급휴가기간을 100일까지 늘려서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더해 일반직 직원 중 희망퇴직 신청도 받고 있다. 늘어나는 수입보다 집행되는 지출 확대로 인해 벌어지는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방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한 지방 병원 관계자는 "각 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전공의 사직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병동을 통폐합해 운영하거나 무급휴가를 권장하고 있다"며 경영난으로 인해 병원 직원들이 겪고 있는 고용 불안감에 대해 언급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중증환자 치료와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월 1800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 투입했다. 또한 비상진료체계 예비비 1254억 원을 편성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 강화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이같은 재정투입이 경영 위기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긴 어렵다는 토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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