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을 내 언론 상대 겁박을 멈추라며 의협 임현택 집행부 불통 행보를 비판했다.
성명은 ▲기사 내용이 의사 요구에 반한다는 이유로 출입정지를 통보했다는 점 ▲SNS에 기사 링크를 걸어 회원 비난을 유도하거나 특정 매체 기자 이름을 언급하며 조롱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점 ▲취재 과정에서 집행부가 고압적 태도와 비아냥거림을 반복했다는 점 ▲의협 내부 사실 확인을 거친 기사에 대해 오보라며 삭제를 요청했다는 점 ▲대변인으로만 취재 창구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앞서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에선 임현택 의협 회장 과거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과거 임 회장이 SNS를 통해 '미친 여자'란 표현으로 저격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발언을 문제삼으면서다. 강 의원이 해당 발언에 대한 입장을 수차례 따져 묻자 임 회장은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났다.
강 의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창원지법 판사를 향한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부터 '조규홍 말을 믿느니 김일성 말을 믿겠다' '김윤·안상훈(의원)·박민수(차관)는 십상시' 등 임 회장 발언을 조명하며 '막말 폭격기'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강 의원은 "의료계 목소리 들어달라고 하기 전 본인 언행 지켜보면서 상처받았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연신 질타했고, 임 회장이 "국민이 가진 헌법상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자 웃음을 터트리며 질의를 마무리했다.
결국 27일 각종 SNS는 임 회장이 몇 차례 발언 기회를 얻어 설명한 의료계 현실과 입장이 아닌 자극적인 막말 논란으로 채워졌다. 13시간에 걸친 청문회를 전부 보지 않은 이상 임 회장이 의료계 대표로서 전한 의료현장 사태 심각성은 묻혀버린 셈이다.
의료계는 이미 임 회장 발언이나 불통 행보에 대한 우려를 직간접적으로 제기해왔다. 이는 의협 출입기자단과 진행한 시도의사회장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임 회장 집행부에 대해 박철원 인천시의사회장은 "중요한 건 소통이다. 회원들 얘기 많이 듣고 활동하는 회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김민관 경상남도의사회장은 "시도의사회장협의회 등이 회장님을 잘 도와드리려고 하고 있으니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주변 충언을 잘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항상 가지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 회장에 대한 조언으로 내부 소통을 강조한 것.
돌발 발언에 대한 우려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최정섭 광주시의사회장은 "부탁할 부분은 의협 회장은 공인 중의 공인이므로 국민에게 존경받는 회장으로 다가서는 모습과 16개 시도의사회장과 긴밀한 소통으로 회무를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고, 양승덕 충청북도의사회장은 "의협 수장으로서 돌발적인 언행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의료계 대표단체와 단일창구를 자처한 투쟁 시국에서 결국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고, 임 회장 대내외 입지는 또 한차례 좁아지게 됐다. 실제 강선우 의원은 청문회를 마치며 "대표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다. 임현택 회장은 이 투쟁을 즐기는 사람 같다. 전쟁광이냐. 의료계도 자성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지역의사회 한 관계자는 "이번 청문회는 국민 관심이 높은 만큼 의료계 입장에서 큰 기회로 인식됐다"면서 "박형욱 의학회 부회장 등이 좋은 지적도 많이 했지만, 결국 임현택 회장 논란에 묻힌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