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는 의대정원을 확대하면서 의학교육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국방과 치안 수준으로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재정규모와 지속성 면에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의대교수들은 정원 재논의 없이 증원된 인원을 선발해야 하는 올해 입시부터 교육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1일 저녁 서울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윤리연구회에 초청 연자로 참석한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의대 명예교수, 사진)은 '의대증원의 교육적 함의'에 대한 발제를 통해 "정부가 국가 수련을 책임지겠다고 그러는데 우리나라에서 계산한 걸로 봐도 전공의 1인당 평균 수련비용이 1억2천만원에서 1억8천만원 정도다. 과연 늘어난 의대정원에 맞춰 이 비용을 투입할 수 있을까"라며, 지속적인 재정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지 반문했다.
안덕선 원장은 국내 의대교수 현황을 언급하며, 선진국 수준의 의학교육 실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교수가 부족한지 일깨웠다.
안덕선 원장은 "전국 40개 의대에 1만1502명의 교수가 있고, 의대생수는 1만8348명다. 의대교수 대 학생수를 보면 평균 1.6명이고, 울산의대는 0.4명, 성균관의대는 0.5명이다. 반면,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당 교수는 평균 7.6명, 약학대학평균 학생당 교수는 14.9명이다. 이와 비교해보면 극명하게 의대교수가 적다는 것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과 비교하면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하버드대학 정원이 160명인데 1개 의과대학 교수가 1만2304명이다. 학생 1명당 교수 비율이은 14.6이다. 우리나라 논리라면 하버드대 정원은 1개 대학에 3000명쯤 늘려도 지장이 없어 보인다. 중국 북경대만 봐도 의과대학 교수가 4500명이고, 북경 수도의 대학도 약 4천 몇 백 명 정도"라며 양질의 의학 교육 실현을 위해서는 현재도 교수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또 "의사역량을 키우는 것은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오랜 시간과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며 공을 들이고 있지만 싶지 않다"고 언급했다. 공무원 임기 동안 해낼 수 없는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천천히 준비하면서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나가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덕선 원장은 "단순히 사람만 늘려서는 해결하는 건 하나도 없다. 여전히 수도권 쏠림 현상은 그대로 일 것"이라며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지역의대정원을 늘렸지만 실효성을 거두기에는 빈틈이 많은 정책임을 문제 삼았다.
이처럼 의대교수는 부족한 상황에서 의대정원이 확대되면서 내년 의대 신입생 선발부터 일부 일선 교수들이 교육에 참여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미 대학병원 근무로 인해 번아웃된 상태에서 증원된 많은 인원을 가르치기에는 여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발제 후 이어진 자유 토론에서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부교수는 "내년 교육이 제일 위험하다고 느낀다"며 "이번 입시부터 학생 교육을 거의 보이콧하겠다는 교수들의 움직임이 있다"고 최근 의대교수들의 상황에 대해 말했다.
이어 "왜냐하면 동료 교수들이 증원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많이 뽑은 학생들을 가르칠 수는 없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의적으로 보이콧을 하는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고, 사회적으로도 지금 너무 힘드니까, 교육에 쓸 여지는 진짜 전혀 없는 상태"라고 번아웃상태에 대해 토로했다.
또 "교육은 올해 입시부터다. 입시라는 게 의대 교수들이 모여가지고 학생들을 뽑는 것인 데 교수들은 정말로 참여를 안 하고, 정말 보이콧 할 것 같다"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감당할 수 있을지, 좀 절망적이고 무섭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