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근거로 삼은 의사수 추계 자체가 과학적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추계는 변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의사수 추계가 정확히 맞아 떨어진 적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얼마나 부족할까'가 아닌 '어떤 의료를 원하는가'에 초점을 둔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하며, 이후 '얼마나 필요할까'를 찾아 의사인력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사진>은 4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안 원장은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의사수 추계로 실제 의사수를 맞춘 적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방법론이 갖는 한계를 설명했다. 의사수 추계는 결국 추정치에 추정치를 더해가는 식이기 때문에 오차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더해 의사가 양성되는 10년에서 15년 사이 사회도 변화하기 때문에 맞아 떨어질 수 없는 숫자라는 설명이다.

안 원장은 "의사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려면 지역, 전문과목 등으로 세분화해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의사수 추계에 넣는 건 전체 평균"이라며 "의료 이용률 예상과 같은 건 몇 년도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추정치가 들어가고, 그래서 대개 그런 연구 보고서는 시나리오가 여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과학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북미의 경우도 1980년대부터 의사수로 인해 의료비가 늘어나 의사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가 세계적으로 팽배해지자 의사를 줄였다. 그러나 10년 만에 다시 의사가 부족하다며 늘렸고, 다시 줄이자는 주장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은 '얼마나 부족할까'를 위한 의사수 추계보다는 '어떤 의료를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정확도에 한계를 갖는 의사수 추계로 얼마나 부족할지를 예측하고 맞춰가는 방식이 아닌,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의료체계를 도출하고 이를 위해 '얼마나 필요할까'에 맞춘 의사인력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GP 주치의 제도를 갖고 있는 영국 시스템에 적용한다면 우리나라 현 의사수로도 이미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GP 1명이 환자 2000명까지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을 5200만명으로 계산할 때 주치의 2만6000명, 같은 비율로 전문의 2만6000명만 있으면 되는 셈이다.

안 원장은 "추계에 의한 자료는 정확하지 않고 신뢰하기 어려워 우려하지 않는다"면서 "그보다 어떻게 형태를 정해 뭐가 부족하고 뭘 키울지 고민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이를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국 주치의 제도를 도입한다면 이미 의사 수는 필요한 것보다 2배 정도 과잉이지만, 과연 국민이 주치의 제도에 동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실제 주치의는 대개 건강관리를 위해 뭔가를 '하지 말라고' 하는 역할인데, 신속한 의료와 검사에 익숙한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안 원장은 "국민만 바라보는 정책의 위험성을 대한의사협회는 얘기해줘야 한다"며 "단기적 만족을 국민에게 선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 국가 고통으로 뒤집어질 수 있는 확률이 많아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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