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최근에는 119에서 환자를 인계 받아서 치료 가능한 전국 병원들을 수소문하는 것이 일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인지, 환자를 큰 병원에 전원 보내는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자괴감마저 들 때가 있다."

A지방의료원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토로했다.

정부는 적절한 이송과 전원체계를 갖추면 추석 연휴 중에도 큰 불편 없이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일선 응급실 의료진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 전문의는 "전원이 잘 되지 않는데 정부에서는 왜 잘 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콜센터 등에 의뢰하면 전원이 되긴 한다. 그런데 지역 밖으로 배정해주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환자는 배정받은 병원으로 가기 위해 약 4~5시간 구급차를 타고 이송된다. 그러다 보면 환자상태가 안 좋아질 수 있다. 또 그렇게 배정받기까지는 3-4시간 정도가 걸린다"며 원활하지 못한 전원체계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혼자 응급실에서 일하는 동안 3명, 4명의 환자가 몰리면 10시간 정도를 이 환자들을 보는데 써야 해서 다른 환자를 볼 수가 없게 된다. 결국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응급실에서 환자를 전원하지 않기 위한 배후진료 역량 없이는 이 같은 전원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응급실에 의사가 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배후 진료과에서 얼마나 역량을 갖췄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응급실 문만 열면 잘 돌아간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 "응급의료체계, 추석 이후…갈수록 심화" 예고

정부가 내놓은 한시적 '추석연휴 응급의료체계 유지 대책'으로는 현 응급의료체계 위기상황을 봉합하기에 역부족이며, 이 같은 상황은 추석 이후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추석연휴 보다 그 이후 닥쳐올 위기가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원 이사는 "추석연휴기간 동안 환자들이 진료 지연이나 불편함을 겪겠지만 응급실 근무 의사들은 평일이나 연휴에도 똑같이 근무하고 있다. (저 또한) 당직 일정이 잡혀있다"며 응급실 의료진이 현재는 버티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연휴는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추석연휴는 언론도 그렇고 국민들 관심도 커서 정부에서도 한시적이나 나마 지원도 했지만 이러한 지원도 끊기고 충원인력은 부족하고, 의료진 번아웃 상황은 지속되면 10월, 11월, 12월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추석이 위기라고 했지만 앞으로 닥칠 위기에 비하면 오히려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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