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등 의료계 따르면, 응급실 경증환자 본인부담금 90% 인상이 현장에선 크고 작은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먼저 작게는 병원 문턱에서부터 접수, 원무과와 트러블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 대책으로 오른 경증환자 본인부담금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 반발을 사 현장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 스스로 중증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개원한 365의원에 '왜 여기로 왔지' 하는 환자가 찾아오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늘어난 본인부담금을 우려한 환자가 동네 소규모 365의원을 찾았지만, 대학병원을 가야 하는 중증도 환자였다는 것.
비용 부담으로 응급실 문턱을 높이는 방식은 의료 민영화로 가는 과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본인부담금을 올려 강제로 문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응급실 이용과 관련한 잘못된 인식·문화를 개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태훈 응급의학의사회 정책이사는 "비응급 환자가 빨리, 저렴하게 치료를 받으려 외래 대신 응급실을 오는 잘못된 인식이나 문화가 문제였는데, 본인부담금으로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국 돈 없으신 분들은 가고싶어도 못가는 곳이 돼버렸다. 민영화로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운영 측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전국 406개 응급실 가운데 150개 정도가 자체적으로 수익을 유지할 수 없는 적자 상태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의 경우 경증환자 감소세가 운영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환자 수와 중증환자 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지방에서부터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응급실 숫자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함께 내놓은 진찰료 인상도 생색내기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진찰료 수가를 3.5배 인상하고, 이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찰료는 검사비나 처치료 대비 10%에 불과한 규모다. 응급실에 도움이 될 만한 수준이 아닌 셈이다.
진찰료는 총액이 정해져 있는 건강보험 수가에 속한다는 점도 문제다. 진찰료를 인상하면 어딘가를 줄여 충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 필수의료 지원 기조는 과도한 부분을 줄여 필수의료에 투자한다는 식인데, 대표적으로 꼽히는 게 영상과 검사다. 이는 응급실 수익 70%를 차지한다. 진찰료를 올려도 수익 총액은 같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응급실 지원 의지가 있다면 진료와 무관한 접수비인 응급의료관리료를 올리고, 수가가 아닌 정부 지원금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이런식으로 무리하게 정책을 시행하면 문제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