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시도에 분노한 의과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정부에는 의평원 무력화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동료 교수들에겐 '이제는 분노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3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의과대학 교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결의대회엔 주최측 추산 800여 명이 모였다.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 최창민 전의비 비대위원장, 오세옥 부산의대 교수협의회장

발언에 나선 교수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의평원 무력화가 갖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의평원 무력화는 곧 한국 의학교육 미래를 없애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는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 받는 한국 의학교육은 의평원 노력과 의대 교수와 학생 헌신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정부는 무리한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명령과 금지, 설득, 지원 등 현실성 없는 대책만 반복하다 최후의 보루인 의평원에까지 손을 대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배 전 교수는 "열심히 공부하고 강하게 가르치고 평가해 성적이 나쁘면 재시, 삼시를 보게 하고 호전되지 않으면 유급해 모든 과목을 다시 듣게 하는 건 학생을 괴롭히고 잘난 척하기 위함이 아니다"라며 "그 학생이 의사가 돼 미래에 만나게 될 환자와 보호자에 적절한 의료를 공급하겠다는 미래 환자에 대한 뜻깊은 약속이다. 이는 우리가 숭배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언보다 더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최창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평원을 의대 교육 질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를 무력화해 의대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경에선 교수가 있을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최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초래한 의료붕괴를 막지 못했지만 미래 의사를 교육할 환경까지 무너뜨리는 정부를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정부의 의평원 말살 시도에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옥 부산의대 교수협의회장도 이미 의학교육이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최후의 보루인 의평원 독립성과 자율성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협의회장은 "밤낮으로 수업과 실습을 해도 이미 고등교육법에서 정한 30주를 채울 수 없다. 밤낮으로 환자를 깨워가며 임상 실습하거나 카데바 실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 이제는 현 상황을 직시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박평재 고려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장은 의평원 무력화 방침에 대해 "교육을 하지 않아도, 교육·실습 공간이 없어도, 임상 실습할 병원이 부족해도, 가르칠 교수가 없어도 의평원 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최악의 수"라고 평가했다.

박평재 고려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장

이날 교수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의평원 무력화 시도를 중단할 것 ▲2025년 의대 증원부터 당장 중단하고 재논의할 것 ▲의료계와 논의되지 않는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파기할 것 ▲불법 증원을 밀어붙이고 의학교육을 파괴하려는 책임자를 처벌할 것 등 네 가지 요구를 선언했다.

교수들은 정부가 의학교육 최후의 보루를 무너뜨리려 하는 만큼 이제 인내를 멈추고 분노해야 할 때라는 메시지도 의료계를 향해 던졌다.

오세옥 부산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전국에 계신 동료 의대 교수님들께 호소한다. 저희는 투쟁할 줄도 모르고 교육과 연구, 진료현장을 묵묵하게 지켜왔지만, 지나친 인내와 무관심은 오늘 의료사태를 야기한 배경이 됐다"며 "2000명이 아니라 2만명을 증원해도 조용히 인내하실 건가. 이제는 분노하자"고 말했다.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도 "교수님들, 지금은 행동하실 때다. 누구도 이길 수 없고 국민이 도탄에 빠지는 잘못된 싸움임을 정부가 뼈저리게 느끼게 해달라"고 말했다.

박평재 고려의대 교수비대위원장은 "지금까지 고통과 굴욕도 모자라 의과대학 저질 교육과 운영을 목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지금, 좌시하고만 있는 의대 교수는 밟으면 꿈틀거리는 지렁이만도 못한 존재가 될 것"이라며 "더 이상 굴욕을 참지 않겠다. 정부 폭거에 일어나 항거하고 제자를 지켜내 미래 세대 건강권을 지켜 나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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