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유한양행의 외형성장 행보가 순항하고 있다. 최근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미국 제품명 라즈클루즈)'의 미국 내 가치 인정을 비롯해 HIV 치료제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 체결 등 희소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미국 약가는 30정(1개월분)이 1만8000달러(약 2400만원)로, 연간 21만6000달러(한화 약 2억9000만원)에 책정됐다.

이는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연간 약가인 20만4000달러(약 2억7000만원) 보다도 높은 가격으로, 의약품의 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렉라자는 '타그리소'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단독요법 시 약 2개월 이상, J&J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병용요법 시에는 약 7개월 이상 길어진 것을 임상을 통해 확인했다.

또한, 이전 세대의 EGFR 억제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효과적이며, 뇌로 전이된 비소세포폐암에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생존률(OS)도 우수한 경향을 보이며 1차 치료제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유한양행의 자회사인 유한화학은 지난 9월 20일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HIV 치료제 원료의약품(API)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25년 9월 30일까지이며, 계약금액은 약 1077억원으로 지난해 유한양행 연결기준 매출액 1조8590억원 대비 5.8% 수준이다.

유진투자증권 권해순 연구원은 지난 9월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HIV 치료제/예방약이 '선렌카(성분명 레나카파비르)'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치료제는 HIV 예방 임상 결과에서 현재까지 100%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발표돼, 점점 커져가는 HIV 예방약 시장에서 비중을 높여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향후 유한화학의 API 수출 물량 증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화학은 십여 년 전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제조설비 및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 연간 84만3000L를 생산할 수 있는 연속생산(CM) 시스템 도입 시설 마련 등 인프라를 구축 중으로, 향후 공급 물량 증가에도 대응이 수월할 전망이다.

유한양행의 9월 IR 자료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HIV 치료제 API 계약금과 렉라자에 대한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수령한 6000만 달러(약 804억원)를 비롯해 판매이익까지 더해지면 유한양행의 외형성장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과제는 아직 남아있다. 렉라자가 글로벌 빅파마의 약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긍정적이면서도, 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 커진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 사용 기준을 제공하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타그리소의 '선호요법'보다 한 단계 낮은 '권장 치료 요법' 옵션으로 지정돼 향후 렉라자의 성장에는 임상 데이터 결과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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