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지난 3일 외과 연수강좌, (아래) 8월 정형외과 연수강좌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사직 전공의들은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그러나 기피과에서 이야기하는 어떤 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외과를 포함한 기피과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준 사례다."

4일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은 지난 3일 열린 외과 사직전공의 연수강좌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대한의사협회 전공의진로지원TF는 지난 8월 4일 정형외과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를 시작으로 내과,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 등과 협력해 연수강좌를 지속 개최하고 있다. 3일 연수강좌도 의협 전공의진로지원TF와 외과의사회 협력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이날 현장은 평소와 달랐다. 의자를 넓게 배치했음에도 빈자리가 더 많았다. 실제 이 회장에 따르면 사전등록 인원은 50명, 참여 인원은 25~30명 정도였다.

이는 그동안 진행된 연수강좌와 상당한 대비를 보인다. 지난 8월 첫 스타트를 끊은 정형외과의사회 초음파 연수강좌의 경우 200명을 계획했으나 2시간 만에 250명이 몰렸고, 결국 50명이 초과된 250명 정원으로 마감됐다. 강좌 현장 역시 빽빽한 의자 배치에도 가득찼다.

이 회장은 "처음엔 100명 정도를 예상했는데, 사전등록이 50명이었고 참여는 25~30명 정도였다"며 "외과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준 사례"라고 토로했다.

이 회장은 사직전공의들을 만나보면 의정갈등 속에서도 배움에 대한 의지가 있으나, 기피과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들이 의지를 갖는 분야는 초음파나 내시경, 통증, 피부·미용 등 소위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것들이다.

이 회장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학회에서도 나타났다. 외과학회엔 450명 정도 전공의가 있지만, 배움을 위해 이번 외과 학술대회를 찾은 전공의는 200명도 되지 않았다.

기피과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의료개혁이 기존 기피과 전공의마저 떠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기피과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와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라며 "외과 술기보다 돈이 되는 것을 배워 당장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당연한 미래라고 설명했다. 전문의가 된 후 실력과 경력을 쌓아도 교수 자리는 제한적인 데다, 기피과는 개원하더라도 차별적 환경에 놓인다는 이유다. 일반의와 외과 전문의 수술 수가가 같은 환경에선 2차병원이나 3차병원에서 충분한 고용이 이뤄질 리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역 2차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 사직전공의도 같은 맥락을 짚으며 전공의 사회 분위기를 설명했다. 개원가 취직이 비교적 수월한 정형외과나 내과와 달리, 기피과인 외과는 개원가도 많지 않은 데다 채용도 적다 보니 관심이 없는 분위기란 설명이다.

이 사직전공의는 "사직전공의들은 외과를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피과란 이유로 쳐다보기조차 싫어하는 것 같다"며 "대학병원에 있던 외과 동기들은 바이탈을 볼 줄 안다는 이유로 대부분 요양병원에 가거나 건강검진과 예방접종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선 기피과 의사가 하는 수술은 건수가 많지 않은 만큼 3~5배 수가를 줘 균형을 맞추거나, 건강보험 급여를 포지티브 리스트로 바꾸는 등 생각의 전환과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해법이 아닌 헛발질과 미봉책만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가르쳐준다고 해도 찾아오지 않는다. 이게 기피과의 미래"라면서 "정부는 헛발질만 열심히 하며 미봉책을 남발하고 있다. 바로 잡으려면 왜곡을 풀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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