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의료계 전 직역이 모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1일 첫 회의 후 강경하면서도 일관된 입장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비대위는 무모한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의학교육 파행에 빗대 설명하고, 대화와 합의를 재촉하는 사회적 압박을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건 정부에 면죄부를 줄 뿐이란 입장도 분명히 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22일 의협 출입기자단을 만나 비대위 첫 회의 후 소회를 공유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먼저 전공의와 의대생 조직력이 타 직역보다 탄탄할 것으로 느꼈다는 점을 언급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대한의학회 부회장이자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으로 교수 단체는 물론 개원의가 포함된 단체도 장기간 경험했다. 그는 "전공의 조직이 교수나 다른 직역 조직보다 더 탄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며 "각자 생각이 강할 수 있는 교수나 다른 직역보다 오히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더 일사불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공의나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선 선배 의사들이 정할 수 없는 문제란 점을 분명히 하면서,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은 여전히 방식을 제시하고 따라오라는 식의 경험을 기억하고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 같다"며 "복귀는 본인들이 직접 결정할 문제다. 얘기가 나오면 논의할텐데 제 생각엔 (복귀)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정협의체에 대한 입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첫 회의에선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는 "여의정협의체도 아예 논의가 되지 않은 게 누군가 '들어가는 게 좋지 않겠냐' 하고 동의가 나오면 안건이 성립돼 얘기할 텐데, 아무도 얘기를 하지 않으니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비대위가 전공의에 끌려간다는 일각의 인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출마를 결심한 배경엔 전공의 요청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비대위가 차기 회장 선거판이 될 것을 우려한 대의원들 출마 요청이 결정적이었다는 것. 전공의 요청만 있었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박 비대위원장은 타 후보들과 달리 대의원들에게 연락을 일절 돌리지 않았지만 1차투표에서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에 근무한 경험에 비춰 볼 때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분위기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원칙적으로 장관을 중심으로 부처가 움직이고 청와대는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하나, 현 정부는 대통령실 주도권이 극단으로 온 것 같다는 시각이다. 그는 "당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핵심 이슈와 관련한 결정을 주저했지만, 청와대는 장관이 결심할 때까지 기다리는 식으로 운영됐다"며 "대통령실이 그립을 꽉 잡고 있으면 부처가 뭘 할 수 없다. 복지부 공무원들이 굉장히 괴롭고 갑갑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연일 의료계에 협의체 참여와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박 비대위원장 입장에 비춰 볼 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비대위원장은 무의미한 대화나 합의를 경계하는 입장이다.

그는 "원래 성격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억지로 되게 만들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입장에 가깝다"며 "처음부터 안 되는 걸 무리하게 되게 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의사에 기초한 합의로 끌고 나가야 안정적으로 해결이 된다. 일부가 '나를 따르라'고 해선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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