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정부가 추진한 '의·한 협진 4단계 시범사업'이 2024년 말 종료됐다. 의료계와 한의계의 협업을 유도하기 위해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두 직역 간의 갈등이 협진 정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016년 시작된 의·한 협진 시범사업은 의료와 한의학의 협력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의료비 절감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로 도입됐다. 1단계(2016~2017년)에서는 동일 질환으로 같은 날 의과와 한의과 진료를 받을 경우 후행 진료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제도가 마련됐다. 이후 2017년 2단계, 2019년 3단계를 거치며 협진 수가가 신설되고, 의료기관 평가에 따른 차등 수가가 도입됐다.

4단계(2022~2024년)에서는 86개 의료기관이 참여해 요통, 뇌졸중, 안면신경마비 등 41개 질환을 대상으로 협진 수가가 적용됐다. 기존의 등급별 차등 수가는 폐지됐으며, 단일 협의진료료 체계가 도입됐다.

정부는 협진이 치료 기간 단축과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한 협진 4단계 시범사업 성과평가 연구'에서도 협진군(협진을 받은 환자)이 비협진군(개별적으로 진료받은 환자)에 비해 치료 기간이 짧고,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요통·요추간판장애, 안면신경마비, 뇌졸중, 견비통 환자에서 의료비 절감 효과가 뚜렷했다.

환자들 역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초점 집단 인터뷰 결과, 협진을 통해 증상이 빠르게 호전됐으며 치료 만족도가 높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의료진 간 정보 공유 부족, 협진 절차의 번거로움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지적됐다.

협진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는 여전하다. 대한의사협회 등 주요 의료단체는 "한방 치료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협진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협진 청구 건수 중 98.4%가 한의과에서 의과로 의뢰된 반면, 의과에서 한의과로의 협진 의뢰는 1.6%에 불과하다는 점이 의료계가 문제 삼는 부분이다. 이는 한방 치료에 대한 의사들의 불신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한의계는 국민의 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협진이 점진적으로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4단계 시범사업은 종료됐으나, 협진이 본 사업으로 전환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부는 5단계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지만 협진의 지속적인 운영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진 간 협진을 활성화하고자 추가 인센티브 제공, EMR(전자 의무기록) 공유 시스템 구축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협진 활성화 정도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협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대상 질환을 선별적으로 확대하고, 협진 활성화를 위한 의료기관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협진의 효과를 더욱 명확히 입증하기 위해 장기적인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환자 만족도 조사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도 제시됐다. 이를 통해 협진이 단순한 시범사업을 넘어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의·한 협진 시범사업이 의료비 절감과 환자 만족도 향상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의료계와 한의계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다면, 협진이 단순한 실험적 시도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정부가 협진의 실효성을 더욱 명확히 입증하고, 의료계와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제도 정착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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