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의대학장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난해 2월 이후 추진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증원, 각종 의료정책 폭주는 전공의들의 사직과 의대생들의 휴학, 의대교육 전면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고, 1년이 지났음에도 사태 해결의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의대 정원의 원점 재검토가 아니라 단지 2026년 모집인원에 국한해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의과대학 학생들의 복귀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라며 "학칙에 따라 개인적으로 휴학 연장을 신청한 학생들에게 교육부와 일부 의대 학장들은 일괄적인 휴학 수리 불가와 함께 제적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것은 교육자로서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의교협은 의대학장과 총장들에게 "더욱 신중하고 진지한 자세로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뜻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고 강조하며 강경론적 입장을 취했다.
전의교협이 의대 학장들의 휴학 연장 불가와 제적 가능성 거론이 교육자로서 부적절한 태도이며 보다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일부 교수들은 학생들의 복귀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1년 이상 휴학이 지속되면서 초기 휴학의 취지가 흐려지고, 의료계의 미래에 대한 논의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날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하은진·오주환·한세원·강희경 교수는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 이제는 결정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이 사태 초기, 우리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용기 낸 제자, 후배들이 대단해 보였고, 후방에서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의료 시스템이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우리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태가 지속되면서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 메디스태프, 의료 관련 기사 댓글, 박단의 페이스북 글들, 그 안에는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난다"며 "정말 내가 알던 제자, 후배들이 맞는가, 이들 중 우리의 제자, 후배가 있을까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여러분이 2000명 의대 정원 증가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오류를 지적하며, 용기와 현명함을 보였다. 그러나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 오직 탕핑(躺平)과 대안 없는 반대만이 있을 뿐이다"라며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정부를 반대하는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 의료를 개선하는 것인가? 현재의 투쟁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투쟁방식에 계속 동조할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온건론적 입장을 취한 교수들이 지목하고 있는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는 주장'은 일부 의대생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복귀하는 학생들을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배척하고 있다.
건국대의대·의학전문대학원 본과 3학년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10월 21일에 2명의 이탈자가 복귀하며 19주간의 실습만 이수한 채 진급했고, 이들을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지난 2월에는 휴학계를 미제출한 5명의 학우에게 TF에서 개별 연락을 취했고, 복귀 철회 의사가 없으며 추가 소명 의사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본과 3학년 일동은 이탈자를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며, 복귀 타당성을 입증하지 않는 한 향후 모든 학문적 활동에 참여할 수 없음을 결의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내용은 14일 '의과대학 학생 보호·신고센터'에 접수됐으며, 교육부는 이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서울대의대, 충북대의대에 이어 세 번째 사례로, 지난해 2월 의정 갈등 이후 총 14건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