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가 5세대 실손보험의 연말 출시를 예고했지만 환자단체와 의료계 일각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증질환, 비급여 진료 등의 보장을 줄이고 건강보험이 지향해야 할 중증보장 강화와 자기부담금만 확대했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보편적 의료비(급여 의료비)'와 '중증환자'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한 5세대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이 연말경 출시된다. 5세대 실손보험은 기존보다 보험료를 30~50% 인하하고 중증질환 치료비 중심 적정 보장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당초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급여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를 보장해 왔지만 낮은 자기부담 등이 과다 의료 소비를 유발해 건강보험재정 고갈과 실손보험료 인상 등 부정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이에 3차례(1→4세대)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지만 ▲비급여 확대 ▲의료인력의 비급여 쏠림현상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정책효과 저해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정부가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 자제를 위해 본인부담률을 90%까지 인상했지만 실손보험이 본인부담 중 상당액을 보상함에 따라 정책 효과를 저해했다는 시각이다.

정책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5세대 실손보험에서는 비응급(KTAS 4~5)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외래방문시 90% 본인부담금 설정시 기존에는 72%를 보장했으나 앞으로는 9%만 보험사에서 보장하게 된다.

실손보험이 중증환자 중심의 보장 강화에 초점을 두고 기존에 제공해왔던 혜택을 축소시키면서 5세대 실손보험의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회장은 이날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증에 대한 보장은 건강보험이 해줘야 한다. 실손보험은 공보험인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본인부담금이나 비급여 부분을 보장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5세대 실손보험의 방향은 중증질환 보장 강화에 두고 있다. 실손보험을 건강보험하고 동등한 위치에 두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건강보험을 없애자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날선 비판을 날렸다.

보조적 역할을 해야 할 민간 보험사의 보험상품이 건강보험처럼 중증에 초점을 두고 건강보험보다 더 보장이 된다면 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다.

김성주 회장은 "건강보험에서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용을 더 내고 실손보험을 축소하자는 방향이라면 공감할 수 있다"면서도 "실손보험이 중증 질환 보장 강화에 초점을 두는 현재의 개편 방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상급종합병원 등에 중증이 아닌 환자들이 가면 본인부담금이 90%다. 그런데 앞으로는 실손보험도 이에 대한 보장률이 약 10% 정도다. 결국 국민들의 본인 부담만 늘리는 정책이 과연 제대로 된 개혁 정책인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겠나"라며 반발했다.

아울러 "의료쇼핑이나 과잉 비급여 진료가 문제라면 해당 부분만을 바로잡는 정책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실손보험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관계자 A씨도 5세대 실손보험 출시가 ‘개혁’인지 ‘개악’인지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A씨는 "보험사와 가입자 간 계약을 통해 보장을 받는 것을 국가에서 개입해 혜택이 과도하다고 막는 것은 보험사 편들기가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의료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의 실손보험 가능 여부 등 광고를 금지한다고 한다. 그런데 실손보험을 가입한 국민 중 검사나 치료가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알고 병의원을 찾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의료기관에서 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보험사에 확인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말해주는 것도 못하게 한다면 소비자가 누려야 할 당연한 혜택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간보험사들의 보험상품 역시 중증 질환 중심으로 보장을 강화하고 경증 보장은 축소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보험은 경증질환 보장을 위해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중증질환에 대비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중증질환을 보장한다고 해도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고가 약이 수입되지만 건강보험이 부담하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다. 이러한 신의료기술, 신약 등을 실손보험에서 보장해주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실손보험이 경증을 보장하는 것은 보험사의 미끼상품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서 다른 보험상품을 엮는 역할을 한다고 보여진다"며 "5세대 실손보험이 중증 중심이라면 보험회사도 원하는 방향은 아닐 것이다. 미끼 상품을 던져놓고 다른 보험까지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이익이지, 중증 중심이라면 가입률이 떨어질 것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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