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그럴싸하다. 분명 여러 난관과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의료계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는 필수의료 강화, 의료체계 안정화, 의료인력 분배 등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적 현실적인 대안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생긴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함께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조기 대선'을 앞두고, 곳곳에선 향후 정책 방향을 판가름할 수 있는 공약 구상이 한창이다.

그 중에서도 주목되는 하나는 '공공의료사관학교'다.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대선 공약 TF에서는 의대정원 확대에 따라 무분별하게 늘어난 의료인력 간 과잉경쟁을 줄이고, 의사가 필요한 지역·필수·공공의료 분야에 의료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의료 유지·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사관학교 형태가 제시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10년보다도 더 이전에 의사 수 부족 논란이 제기됐을 때부터 국공립의대 신설 주장과 함께 의학사관학교 등도 제기돼왔다.

의대정원 확대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2023년 말에도 '사관학교형 의대'가 제시돼 의료계 이목을 끌었다. 당시 이를 주장한 윤인모 유니메디 성형외과 원장(서울성모병원 외래교수)은 국민동의청원에서 '의대정원 확대만으로는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해 필수의료 붕괴를 온전히 막기 힘들 것'이라면서 사관학교 운영과 제2 의사면허증 신설 등을 제안했다.

이제와 얘기지만, 당시 제3자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사관학교형 의대는 꽤 적절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의료계와 정부 간 입장차가 있는 의대정원 확대는 차치하더라도, 결국 수가 인상과 처우 개선 등으로는 지역·필수·공공 의료 여건이 긍정적으로 전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관학교형 의대를 통해 국비로 교육을 받은 공무원 신분 의사가 양성된다면, 정부는 원하는 지역 의료기관이나 필수의료 영역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경우 필수의료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진료 수준 논란이나 의료사고 대응 등은 이제 의사뿐만이 아닌 정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가 될 테다.

윤 전 대통령 주도하에 추진됐던 의대정원 확대는 이미 의료체계 전반을 뒤흔들어 놨다. 그 여파로 상급종합병원은 구조전환이 시작됐고, 의대 교육은 '24학번과 '25학번 총 7500명을 한꺼번에 수용해야 하는 지경에 놓여있다. 의료개혁특위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대적인 변화를 바라보면서도 지역·필수·공공의료가 정립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확신이 들지 않는다. 사실 까놓고 얘기하면 '일말의 기대'도 없다.

숱한 의료진분들과 얘기하면서 들어왔던 것은 '사명감'과 '헌신'이다. 과거엔 그것이 필수의료를, 지역의료를 받쳐주는 기둥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도, 가치관도, 이념도, 나아가 의사가 되는 목적조차도 달라졌다.

더 이상 과거를 잣대로 현재를 바라봐선 안 된다. 그렇기에 이제 분명한 대안으로 '의무'라는 카드를 과감히 꺼내 들어야 한다. '지역의사제' 같은 방안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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