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정갈등이 한창이던 6월 만난 환자가 던진 질문이다. 9.4 의정합의 이후 상황에 대한 시각을 정부 합의 위반이 아닌 대한의사협회 준비·대응 부족에 초점을 맞춘, 환자 입장에서의 답답함이 묻어나온 질타였다.
이번엔 공공의대다. '2000명 의대정원 증원 가면 공공의대 온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의료계에 전망과 대책을 물으면 자주 듣던 의견이다. 그리고 그 전망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내년도 한시적 의대정원 동결로 의정갈등 일단락 단초가 마련된 지금, 대선을 앞두고 공공의대 정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슬그머니 든 정도가 아니라 거대 야당 대선 후보가 본격적으로 꺼내들었다. 공공의대 설립을 제시한 이재명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대한의사협회는 27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공공의대 대응 방안을 신중히 준비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기시감과 우려가 뒤섞인다. 2020년 9.4 의정합의 이후, '설마'하던 의대 증원과 '어림없다'며 반발한 350명 증원 합의설은 끝내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이 돼 돌아왔다.
공공의료나 공공의대에 대한 의료계 대응 논리는 충분해 보인다. 의사 출신 박인숙 전 국회의원은 최근, 그리고 지난 2020년에도 언론 기고를 통해 건강보험 제도와 당연지정제 아래 모든 의료 행위는 공공의료란 점을 되짚고 있다. 애당초 의료나 의대 앞에 '공공'을 붙이는 것부터 허황된 일이란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조병욱 미래의료포럼 정책정보위원장은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명확한 면허 분리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면허 분리 전제 없인 '공공의료에 남아줄 것'이란 기대에 불과해 2000명 의대 증원 낙수효과와 다를 것 없단 점도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이미 2년 전 바른의료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공공의사면허제 도입을 제안하고 대의원회에도 제시한 바 있다.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인력을 위한 의료면허를 만들어 국립·시립병원이나 적십자병원 등 공공보건의료법에 명시된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 사직전공의는 공공의대 정책을 피할 수 없다면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면허 분리가 법·제도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낮다면 실질적 면허 분리에 준하는 방안과 투명성 확보를 관건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관건은 의료계가 먼저 제안하고 논의를 주도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지다.
2000명 의대 증원 사태가 터지자, 사석에선 '차라리 350명 증원설이 공론화됐다면'이라는 농담 섞인 쓴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의료계에서 먼저 350명 수준의 증원을 주장했다면 적어도 밥그릇 싸움 인식은 피하고, 정부도 무리한 정책을 추진할 순 없지 않았겠냔 이유다. 2년여 전, 이필수 의협 집행부는 350명 증원 합의설로 곤혹을 치렀고 이후 종종 350명 증원설이 의료계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모른다. 다만 공공의대 카드를 꺼내 든 이재명 후보는 정치권을 양분하는 당의 대선 후보다. 9.4 의정합의 위반이 의협 준비 부족으로 인식되는 사례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