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수가협상을 마친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이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 1차 협상을 마친 뒤 "약국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며 실질적인 수가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16일 오인석 수가협상단장은 "객관적인 데이터만 봐도 약국 경영 상황은 참담하다. 정부는 이제 약국의 생존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 단장은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밝히기는 조심스럽지만, 5% 이상 인상되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약국 경영 데이터가 매우 좋지 않아, 그런 수치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 괴리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날 협상에서는 약국의 주요 지표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사회가 상황을 공유하며 상호 이해를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

오 단장은 "공단이 제시한 데이터만으로도 약국의 경영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충분히 드러났고, 공단도 이 부분에 공감했다. 문제는 그 공감이 실제 인상률 반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단이 재정 흑자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건보 재정 수지는 30조 흑자인데 약국 행위료가 줄고 있다는 데이터도 분명하다. 약국의 어려움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기를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특정 유형의 협상 순위에 따라 밴드 내 점유율이 급격히 좌우되는 현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오 단장은 "병원 쪽 지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병원 협상이 타 유형 인상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유형 간 치킨게임만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에는 밴드를 키워야 한다. 밴드 규모가 커져야 순위에 상관없이 모든 유형이 조금씩 웃을 수 있다. 공급자들은 오래전부터 재정의 문을 닫아 놓은 공단에 '밴드 확대'를 지속 요구해왔고, 이번만큼은 그것이 현실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오 단장은 제도발전협의체에도 직접 참석한 경험을 언급하며, 공급자 다수가 동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밴드를 너무 억제하고 있다는 데 공급자들이 모두 동의하고 있고, 복지부와 공단에 이 메시지를 여러 경로로 전달해왔다"고 전했다.

가입자 단체의 반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입자들도 쉽지 않은 상황임은 이해한다. 그러나 공급자가 건강해야 국민에게 건강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약국의 밴드 점유율 변화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오 단장은 "과거에는 약사회가 밴드 내에서 10~12%를 점유했지만, 최근에는 병원 쪽에 밀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조제료 외에는 별다른 정책적 지원이 없는 약국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 필수보건의료서비스를 실질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약국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책적 지원이 없다는 점을 피력했다.

오 단장은 "의약품 공급난, 장기처방 확대 등 약국만이 떠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정부가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매년 어렵다고 말해왔지만 올해는 정말 다르다.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약국이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수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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