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정 갈등으로 병원을 떠난 의사들이 개원가로 유입되면서, 지난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신규 개설이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신규 개업 수는 총 1996개로 전년(1798개) 대비 11% 증가했다. 이는 의정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2년(2078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23년의 감소세에서 반등한 수치다.
지난해 의대 정원 증원 논란으로 촉발된 전공의 사직 사태 이후 병원을 떠난 의사들이 개원으로 방향을 틀면서, 특정 진료과를 중심으로 개원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일반의 개원은 2023년 665개에서 지난해 759개로 14.1% 늘었다. 외과는 31개에서 56개로 80.6% 급증했고, 신경외과는 36개에서 51개(41.6%), 마취통증의학과는 75개에서 96개(28%), 정신건강의학과는 100개에서 110개(10%)로 증가했다.
특히 비급여 중심의 피부·미용계 진료과목에 개원 수요가 집중됐다. 성형외과는 58개에서 68개(17.2%), 피부과는 44개에서 78개(77.2%)로 증가폭이 컸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숙련도가 덜 필요한 시술에 전공의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시술 단가가 하락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최저가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전공의들은 기존 개원의의 소개를 통해 피부·미용 진료 분야로 유입되거나, 수련을 이어가기 위한 경력 확보 차원에서 해당 분야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개원가 내부에서는 인력 유입이 오히려 급여 하락과 경쟁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반면 일부 진료과목은 개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형외과는 2023년 166개에서 지난해 155개로 줄어들며 6.6% 감소했고, 소아청소년과는 74개에서 69개로 6.7%, 이비인후과는 97개에서 91개로 6.1%, 안과는 61개에서 51개로 16.3% 감소했다.
이는 해당 진료과들이 개원 초기 비용 부담이 크거나, 환자 수요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 중 소아청소년과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와 인력난 등 구조적 한계로 인해 신규 진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순한 개원 증가에 그치지 않고, 진료과 간 불균형과 개원가 전반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 내부 인력 재배치가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일차의료체계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인력 수급 정책과 함께 진료 행위에 대한 합리적 보상 구조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