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치료제의 눈부신 발전이 개원가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개발된 혁신 치료제들은 질병 경과를 획기적으로 바꾸며, 개원가가 본연의 역할인 '일차의료' 영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투여함으로써 중증으로의 진행을 막고, 사회 전체 의료비 부담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개원가의 중요성을 다시 조명하게 한다.
여기에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만성질환 관리는 일차의료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기능 재편을 추진하면서, 개원가의 '조기 개입' 역할은 더욱 무게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는 비만 관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식이조절이나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GLP-1 유사체' 계열 치료제의 등장으로 약물 중심의 치료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비만연구의사회는 매 학술대회에서 GLP-1 유사체를 포함한 약물 치료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개원가에서도 비만을 질환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치료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한비만연구의사회 김민정 이사장은 "비만 치료는 70~80%가 개원가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개원가가 비만을 질병으로 정확히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개원가에서는 여전히 미용 목적 중심의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학회는 '비만 전문 인증의' 제도를 통해 학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만성콩팥병' 관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에게서 흔히 동반되는 신장질환은 이제 더 이상 말기 신부전 이후 투석을 준비하는 치료에 머물지 않는다.
특히 당뇨병 치료제로 알려진 'SGLT-2 억제제'가 신장 보호 효과까지 입증되면서, 조기 단계에서 약물 개입을 통해 질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는 접근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이 약제를 조기에 사용하면 신장 기능 악화를 평균 15년까지 지연시킬 수 있으며, 이는 환자 삶의 질 향상은 물론이고 투석으로 발생하는 의료비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한투석협회 김성남 이사장은 "초기 발견과 적절한 약제 사용만으로 말기 신부전으로의 진행을 현저히 늦출 수 있다"며 "투석 이후를 대비하는 것을 넘어 일차의료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기 개입의 효과는 'C형간염' 치료 분야에서도 뚜렷했다. 올해부터 56세(1969년생)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C형간염 항체 검사가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면서, 무증상 감염자 조기 발견과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C형간염은 경구 항바이러스제(DAA)로 8~12주간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며, 유전자형과 관계없이 사용 가능한 약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과정은 한층 단순해졌다.
현재 국내에서는 범유전자형 DAA로 한국애브비의 '마비렛(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엡클루사(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 등이 사용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C형간염은 조기 발견만 된다면 치료가 매우 쉽고 완치율도 높다. 앞으로는 대학병원이 아닌 개원가 중심으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는 구조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