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의 접근성을 높이고 만성질환 관리를 보완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현장 실효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제화에만 속도를 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30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비대면진료를 의료 격차를 좁히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데 방점을 뒀다. 의료취약지 접근성 제고를 비롯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역할은 연결 및 기술지원으로 한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농촌 및 의료취약지에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이동형 진료소, 원격진료서비스 확대를 통해 환자 편의 및 접근성을 향상시켜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안전한 비대면 진료 환경 조성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 비대면 진료 중개에 대한 관리·감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관련 법안도 잇따라 발의한 바 있다. 지난 3월 최보윤 의원이 비대면 진료를 상시 허용하고 온라인 플랫폼 중개에 복지부 장관의 감독권을 부여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4월에는 김성원 의원이 초진까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보완적 수단으로서 비대면진료의 의료법적 근거 확립 및 무분별한 시범사업을 중단하고 비대면진료의 합리적 범위와 기준 설정으로 의료의 질과 안정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및 PHR(개인건강기록) 등 공적정보 관리를 강화해 민감 의료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금처럼 무법·무규제 상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그동안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진행한 결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위험성에 노출된 부분들은 어떻게 보완할지, 긍정적으로 평가된 부분에서는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 후보들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기준 마련을 통해 시범사업에서 제도화하는 방향을 말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긍정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을지대의대 예방의학교실 나백주 교수는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서 비대면 진료 중 만약 플랫폼에 오류가 발생하거나 기술적인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보건소나 보건지소 운영시간 중에 비대면 진료를 환자가 이용할 경우 원격지에서 진료할 의사는 소속 의원이나 병원에선 대면진료시간으로, 비대면진료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대면진료를 위한 환자와 의사간 진료시간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만성질환 관리에서 재진환자일 경우라도 피검사, 안저검사, 심초음파 등 검사가 기반 되지 않은 채 비대면으로 환자상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진단오류 발생 가능성은 어떻게 해소할 것이지 우려를 나타냈다.

나 교수는 의료법을 개정해서 비대면진료에 관한 법적 규제를 만든다고 해도 의사와 환자간 진료를 감독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의사 역시 사법리스크 부담을 안을 수 있어 다각적인 방향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민간 플랫폼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의 플랫폼을 개발해 이를 기반으로 대면 진료의 보완적 수단으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시 환자 민감정보 유출이나 무분별한 처방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공적인 플랫폼 개발 및 운영이 필요하다는 시각에서다.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나 제도화에 앞서 안전성과 효과성 확보를 위한 필수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우선돼야 하며 이를 위해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의료정책연구원 김진숙 전문연구원은 최근 발생한 '프랑스 사례로 본 비대면 진료, 중요한 것은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필수조건의 디테일' 보고서를 통해 비대면 진료가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이라는 점이라고 짚으면서 비대면 진료 법제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은 상시 허용과 온라인 플랫폼 중개 관리·감독 근거 마련이 아니라고 했다.

즉 "비대면 진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비대면 진료 필수 조건들에 대한 디테일한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의료공급자인 의료계의 역할과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이상 의료계와 논의 없는 정책 시행으로 인한 실패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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