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 현장에서 반복되는 불법·편법 진료 행태를 두고, '알고도 제재할 수 없다'는 의료계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면허관리 체계로는 실질적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속에, 의사 전문가 단체가 면허 관리 권한을 직접 가져야 한다는 요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선 의사회 관계자들은 일부 병·의원의 과장광고, 부당청구, 고가 비급여 진료 등 편법적 진료 관행이 오랜 기간 고착화돼 있음에도 정부의 면허관리 체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개원가에서는 비급여 항목을 활용한 과장 광고나 할인 마케팅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대장내시경을 받으면 위내시경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비타민 수액을 끼워주는 방식이다.

비급여만을 활용한 이벤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를 급여 항목과 연계해 환자를 유인할 경우 명백한 불법이다.

또 일부 병원은 65세 이상 노인을 차량으로 실어나르며 환자 유치에 나서거나, 예방접종을 시기보다 앞당겨 시행하고 청구는 기준 시기에 맞추는 식의 부당청구를 벌이기도 한다.

영양주사나 면역주사 등 고가의 비급여 항목을 30만~40만 원에 판매하면서도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의료계는 내부 자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각 지역 전문가평가단은 품위손상, 비도덕적 진료, 사무장병원, 불법 의료생협, 과장 광고 등의 사례에 대해 조사하고 시도중앙윤리위원회와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해 징계를 의뢰할 수 있다.

하지만 평가단은 조사 권한과 행정력 모두 제한돼 있어 실질적인 처분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진료의 적절성처럼 행정기관이 직접 판단하기 어려운 의학적 사안은 사실상 손을 쓰기 어려운 구조다. 징계 권한 또한 보건복지부에 집중돼 있어 의료계 내부의 자율규제 기능은 유명무실하다는 시각이다.

의료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인 면허의 유지와 징계를 보건복지부가 아닌 전문가 단체가 맡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면허 관리를 의사 전문가 단체가 맡게 되면 "현장을 잘 아는 동료 의사들이 중심이 돼 자정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해외 사례를 봐도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영국·캐나다·호주·독일 등에서는 면허 관리와 징계 권한이 정부가 아닌 의사 중심의 독립 기구에 위임돼 있다. 자율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한 것이다.

A지역 의사회 관계자는 "의사 평가단이 있어도 조사 권한이 제한적이고 실질적인 징계는 여전히 정부 몫이다. 전문가 평가제만으로는 자정 기능을 제대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주변에 문제 있는 의료기관이 뻔히 보이지만 행정적으로는 손을 댈 수 없다. 면허관리 권한을 의사단체가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현장감 있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의사단체에 면허관리 권한을 이관하자는 주장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일선 의사회는 지금처럼 규제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체계가 오히려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아울러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려면 전문적인 의학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비전문가 중심의 행정 징계 구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의료계 전반의 공통된 인식이다.

A의사회 관계자는 "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 의료 현장의 디테일을 의사회가 알고 있다"며 "의사 면허관리를 의사단체가 맡는다면 의료 시장의 혼탁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우리가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니라 손을 쓸 수 없는 게 문제"라며 "제도만 제대로 갖춰지면 의사들이 스스로 질서를 바로잡는 데 훨씬 현실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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