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정책현안분석 '무리한 의대 증원이 의료시스템에 미칠 영향'에서 정부의 급격한 의대 정원 증원이 의학교육과 수련 환경, 군의관·공중보건의 확보, 지역 간 의료격차 등 전방위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2월 정부의 일방적 증원 발표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의 구조적 배경을 분석하고, 향후 정책 수립 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의대 교수 대상 인터뷰와 통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의대 교수들이 현재의 증원 규모에 대해 "급진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었다. 교수 충원과 시설 확충 없이 인원만 늘리는 방식은 교육 인프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육을 담당할 보조인력 부족과 수련환경 악화는 필연적이며, 이는 결국 양질의 진료 인력을 길러내는 데 중대한 장애가 될 수 있다. 현재 대학병원 교수들조차 진료와 당직 부담으로 번아웃 상태에 놓여 있어, 증원이 현실화될 경우 의학 연구 역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의대생의 군 입대 방식 변화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중보건의나 의무장교 대신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의대생이 증가하는 가운데, 증원 반대 휴학 투쟁 과정에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현역 입대가 급증했다. 올해 기준 군 휴학 중인 남학생은 2074명으로, 전체 남자 의대생의 약 17%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는 중장기적으로 의무사관후보생과 공중보건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군 병원의 진료 수준 저하, 의료취약지역 보건소의 인력 공백, 노인층의 의료 접근성 악화 등 사회적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2030년 이후를 대비해 관련 대책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증원 이후 의사 인력의 수도권 집중도 가속화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1년 사이 의사 수가 3396명 줄었고, 비수도권에서는 2049명이 감소했다. 반면 일반의는 2911명 늘었는데, 이 중 69.4%가 수도권에 근무하고 있어 일차의료조차 지역 격차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연구진은 "의료인력 양성은 단순히 정원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파이프라인 단계별로 정교한 정책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의사 양성은 국가와 사회 전체의 중대한 과제로, 양성 비용에 대한 사회적 분담과 지원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