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제약업계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표정이다. 업체별 상황에 따라 대응이 필요한 곳도 있겠지만, 경영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 사전준비 정도면 충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7일 메디파나뉴스 취재 결과 제약업계는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지나친 우려보단 사전준비에 나선 모습이다.

다수 중견 제약사는 개정안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가야할 길'이거나 '이미 가고 있는 길'이란 인식을 내비쳤다. 제약업계는 최근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이 확대되는 등 ESG 경영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이미 준비가 됐거나 시행 전 대응이 가능할 것이란 시각이다.

A 제약사 관계자는 "업계는 이미 개정안 수준으로 이사회를 운영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3% 룰도 어려울 수 있지만, 좋은 후보자는 무리 없이 통과될 수 있다고 본다. 주주 시각은 생각보다 정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B 제약사 관계자도 "전 세계적인 변화를 비롯해 국내 주요 그룹이나 대기업들은 이미 다 적용하고 있는 것을 법제화한 것이고, 법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적용했어야 하는 부분들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하겠지만, 당장으로선 특별히 두드러질만한 이슈가 예상되지 않는다. 별다른 충돌이나 이견이 있을 것 같진 않다"고 언급했다.

C 제약사 관계자 역시 "개정안 틀은 ESG 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에 있어 긍정적 방향성이 업계가 추구하는 바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며 "주주 커뮤니케이션과 IR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사회 전문성과 독립성이 강화된다면 더 나은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체 상황별로 업무 부담이나 대응이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업계 전반으로 볼 땐 큰 부담은 없을 것이란 시각은 마찬가지다.

D 제약사 관계자는 "회사 상황에 따라 사외(독립)이사 선임 문제나 3%룰로 인한 영향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개정안 내용을 검토했는데 크게 우려할 부분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크게 변화될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응 필요성을 검토 중인 움직임도 확인된다. 대상은 적용 시기가 가장 빠른 이사 충실의무 확대 규정이다.

제약산업은 R&D나 임상시험 등 리스크 높은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특성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사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될 경우 경영활동 위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을 확인 중이란 설명이다.

E 제약사 관계자는 "이사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경영진 판단 등 경영활동에 위축이 되는 부분도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업계에선 임원배상책임보험 등으로 대비할 수 있는지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법조계에서도 대다수 제약사의 경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의 경우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이란 진단이다.

상법 전문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기업 의무가 늘어난 것인데, 대부분 기업에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법무팀 대응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며 "이사 충실의무 확대의 경우도 관련 대법원 판결이 충분해 어느 정도는 가이드라인을 예측 가능한 상태로, 위반사례 리포트 자문만 받아도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본다. 막연한 공포심을 느낄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으로 주주를 추가하고, 직무수행에 있어 총주주 이익을 보호하며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하는 내용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의무선임비율을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상향 조정 ▲감사위원회위원 선임·해임에 있어 발행주식총수 3% 초과 소유 여부를 특수관계인 등과 합산해 판단하도록 하는 내용 ▲자산 규모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는 전자주주총회 병행 개최 의무화 등 내용이 골자다.

개정안 적용 시기는 각기 다르다.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규정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로, 대통령실 공포 후 즉시 시행된다. 헌법에 따라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로 이송돼 15일 이내 대통령이 공포해야 하는 만큼 이달 내 시행될 예정이다.

'3%룰'로 불리는 감사 선임에 대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 제한 규정은 개정안 기본 시행일인 공포 후 1년 후인 내년 7월부터 적용된다. 전자주주총회와 관련된 규칙은 2027년 1월 1일 시행으로 명시됐고, 독립이사(기존 사외이사) 명칭 변경과 의무선임비율 확대는 법 시행 후 1년 뒤인 2027년 7월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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