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내과의사회가 국회에 발의된 '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 도입 법안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 진료 지연, 대체조제 남용, 처방권 침해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의료 본질 훼손"이라고 규정하며, 즉각적인 입법 중단을 요구했다.

내과의사회는 28일 성명서를 통해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특정 직역의 편의만 고려한 제도"라며 "의약분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개정안에 담긴 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은 의료기관, 약국, 환자 정보를 중앙 서버에 연동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내과의사회는 이에 대해 "민감한 의료정보가 한곳에 집약되는 만큼 보안 위험이 극도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태처럼 대규모 정보 유출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의료정보는 환자 개인에게 더욱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스템 도입 시 처방전 발행 과정이 복잡해지고, 서버 오류나 네트워크 지연 등으로 인해 진료 시간이 늘어날 경우 의료진의 행정부담은 물론 진료의 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 것은 '대체조제 남용'이다. 내과의사회는 "현재도 의사에게 알리지 않고 무단으로 약을 바꾸는 약국 사례가 많다"며 "심평원과 연동되는 공적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 같은 조제 변경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정부가 운영 중인 '저가약 대체 장려금' 제도도 비판 대상이 됐다. 이 제도는 약사가 약을 저가약으로 바꾸면 약가 차액의 30%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구조인데, 지정된 약만 1만 종이 넘는 상황에서 약효나 안전보다 금전적 유인이 우선시될 수 있어 환자에게 잠재적 위험이 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체조제로 인해 이상반응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은 의사에게 전가되는 구조"라며 불합리한 책임 문제도 짚었다.

내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와 연결된 약사회 주도의 처방 시스템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해당 시스템은 과거 투약 기록 열람이 가능하고, 성분명 처방·처방전 리필 등으로 확장될 경우 사실상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공적 전자처방전 도입은 의료기관과 약국 간 갈등을 부추기고 환자의 진료 선택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며 "처방과 조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미 민간 전자처방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운영 중이며, 공공 시스템을 의무화할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의사회는 "현장을 배제한 일방적 입법은 의료 자율성과 다양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내과의사회는 "국회와 정부는 즉시 입법 시도를 중단하고,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국민 건강을 지키는 바른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25 메디파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