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내과의사회는 지난 1일 국회에 발의된 '일차의료 강화 특별법안(의안번호 11918, 대표발의 남인순 의원 외 14인)'에 대해 "일차의료 체계를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내과의사회는 7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지역 종합병원을 일차의료지원센터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상급병원이 일차의료기관의 고유한 기능에 간섭하는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법안이 오히려 일차의료 고사를 앞당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에 질병 예방, 만성질환 관리, 퇴원환자 연계 등 광범위한 역할을 요구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재정·인력·행정적 지원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책임만 전가하는 방식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내과의사회는 특히 재정 문제의 모호함을 지적했다.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언급하지만 실제 예산 규모나 재원 조달 방식, 집행 기준 등은 빠져 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지역 간 의료격차 심화와 제도 실효성 저하를 우려했다.

정부의 기초적인 책무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된 국고지원 의무(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의 20%)가 2007년 이후 한 차례도 지켜지지 않았고,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8년간 누적 미이행액은 21조원을 넘는다.

내과의사회는 "이처럼 수십조 원 규모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가 새로운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강 주치의 제도 도입을 명시한 제18조에 대해서도 현실성을 문제 삼았다.

내과의사회는 "국민 대다수가 의원보다 병원을 선호하는 현실에서, 수요와 인식 개선 전략 없이 법률로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국민이 순순히 수용할 리 없다"고 꼬집었다.

의료인에 대한 보상 체계나 자율성 보장 없이, 법안 제4조와 제5조에서는 오히려 의료인과 국민이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한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내과의사회는 "이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의료 현장에 떠넘기는 방식이며, 결과적으로 의료인과 국민 모두에게 불신과 반감을 키우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내과의사회는 일차의료의 중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제도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고 기존 체계와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실효성 있는 재정과 제도적 뒷받침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의사회는 "사회적 합의 없이 의료인에게 책임만 전가하는 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에 진정성 있는 협의와 현실적인 정책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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