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안과의사회가 '의료바우처' 사업이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환자 유인에 해당하는 불법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며, 법적·제도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안과의사회 박성용 의료윤리법제이사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의료바우처의 운영 구조와 법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바우처는 일정 금액 이상 진료비의 일부를 지원해 의료 취약층이 병원에서 결제 시 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박 이사는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사회복지재단이 환자에게 바우처 카드를 발급하고 환자가 병원 진료 후 본인부담금을 바우처로 결제하는 과정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다음 단계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은 재단 산하 기금에 환자가 결제한 본인부담금보다 많은 금액을 기부금으로 납부한다. 결국 환자가 쓴 본인부담금은 병원에서 나온 돈이 되고, 이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2015년 의정부지방법원 판례도 제시됐다. 당시 한의원이 유료 바우처 카드로 본인부담금을 결제한 뒤, 재단에 더 큰 금액을 후원금으로 기부한 사례에서 법원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을 인정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박 이사는 올해 초부터 해당 사업에 대한 제보가 잇따랐고, 안과의사회가 대한의사협회에 문제를 알리며 공조 대응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는 "의협도 위법 가능성을 인정해 각 의사단체에 공문을 보내고, 보건복지부 역시 환자 유인 가능성을 경고했다. 우리도 MOU를 맺은 병원들에 소명 요청 공문을 발송했고, 회신이 없으면 보건소에 직접 고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소에 고발해도 적절한 제재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적 허점을 언급했다.
실제 일부 병원은 해당 사업이 불법임을 몰랐다고 회신했고, 취약계층 지원 사업으로만 인식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사업 주체 측은 "기존 판례와 달리 돈이 한 단계를 더 거쳐 전달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마치 정부가 허가한 합법 사업처럼 의원과 환자에게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이사는 불법 의료바우처 사업과 합법적인 취약계층 지원 사업의 차이를 비교했다.
대표 사례로 '한국실명예방재단'을 통한 노인 실명 예방·관리 사업을 들었다.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권장하며, 재원이 정부 지원금과 민간 순수 기부금으로 구성된다. 대상자 선정 후 병원에 진료비를 직접 지급해 병원이 경제적 이득을 얻지 않으므로 환자 유인성이 없다.
반면 불법 의료바우처 사업은 기부금과 바우처 결제가 간접 경로로 연결돼 있어, 직접적인 환자 유인 증거 확보가 어렵고 법적 인과관계 입증도 복잡하다. 혜택을 받은 환자가 불법성을 인정하고 신고할 가능성이 낮아 사례 수집에도 한계가 있다.
안과의사회는 앞으로도 윤리법제위원회를 중심으로 증거 채집과 피해 사례 수집을 이어가고 재단 명의를 이용한 간접 위임 조항 명시, 처벌 규정 구체화 등 입법·행정 제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 이사는 "불법 의료바우처 사업은 선의로 포장돼 있지만, 본질은 환자 유인 행위"라며 "단속과 감시가 쉽지 않은 만큼, 언론이 심층 취재와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관심을 높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