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료인력 부족과 지역의료 공백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병원과 개원의가 협력할 수 있는 '개방병원제도'가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개방병원 국내외 현황 및 시사점' 정책현안분석을 발간하고, 한국의 제도를 미국·영국·캐나다·일본 사례와 비교 분석해 시사점을 도출했다.
개방병원제도는 병원과 개원의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고, 개원의가 병원의 시설·장비 및 인력을 이용해 환자에게 입원, 수술 등 병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말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병원(시설·장비·보조인력)과 의사(진료)의 역할이 분리돼 있어, 개원의가 본인 환자에게 외래서비스와 병원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데 활용돼왔다.
병원측은 병원의 시설·장비·보조인력을 이용하고자 하는 의사에게 병원특권(hospital privilege)을 부여하는데, 입원, 수술, 방문, 진료과 등 특권의 구체적인 내용 및 범위 등은 병원과 의사의 계약에 따른다. 이러한 특권은 보통 2년 주기로 평가, 갱신되며 특권의 변경 또는 해지와 관련해 병원과 의사의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병원이 직접 고용하는 병원전문의(hospitalist)가 증가하고, 개원의는 외래서비스 또는 예방서비스에 집중하거나,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수술은 지분공유형 외래수술센터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의료법 개정과 운영지침 제정을 통해 제도를 도입했으나, 정부와 의료계의 관심이 줄며 도입 초기와 달리 개선 없이 정체된 상태다. 홍보 부족, 지원 미비, 관련 수가체계 부재, 의료분쟁 우려 등이 이유로 지적됐지만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지역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방병원제도를 도입·운영중에 있으나 이후 관심이 저조한 것은 우리나라 현황과 유사하다. 다만 일본은 개방병원 이용 시 병원과 개원의가 각자 청구할 수 있는 수가를 갖추고, 지역의료지원병원제도를 통해 병원 역할을 강조하는 등 한국보다 실효적인 지역의료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진은 개방병원제도의 의의와 활성화 방안으로 ▲참여 병원과 개원의가 기존 경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가 다양화·재정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한 환자에 대해 두 의사가 협력하는 만큼 보상 분리 체계가 바람직하다는 점 ▲개방병원은 지역 포괄2차병원·거점병원의 보완 기능을 맡을 수 있어 효과가 예상되는 지역부터 우선 지원 후 단계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 ▲지역 내 개방병원과 참여의를 매칭할 시스템과 기관 구축, 지역의사회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개방병원제도는 병원과 개원의가 시설·장비·인력을 공유해 비용 절감, 환자 진료 연속성 보장, 의료인력난 완화 등 장점이 있다"며 "초고령사회와 저출산 환경에서 지역 실정에 맞게 제도를 활용하면 기존 인력과 자원만으로도 지역의료 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