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일차의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최근 의료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주치의제 도입, 커뮤니티케어 확산, 비대면 진료 허용 등을 잇따라 추진 중이며, 국회 또한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일차의료의 미래를 좌우할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내부에서는 합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다양한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지역 1·2차 의료기관은 힘을 잃고 있다. 그 결과 수도권은 과밀화되고, 지방은 필수의료 공백이 커지는 이중 위기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제도를 하나 더 도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지역에서 진료가 이뤄지고 필요할 때 상급병원으로 이어지는 '광역 단위 진료권' 체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가 지역 의료기관을 거쳐 상급병원으로 의뢰·회송될 때는 인센티브를, 곧바로 대형병원을 찾을 때는 일정한 부담을 부과하는 방식의 수요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주치의제'는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한 핵심 장치로 꼽힌다. 만성질환 관리, 예방, 의뢰·회송을 아우르며 지역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이미 많은 환자들이 자신이 꾸준히 다니는 의사를 사실상 주치의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제도적 지원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주치의제 도입과 광역 진료권 회복을 함께 추진해야 지역완결적 의료체계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는 '커뮤니티케어(통합돌봄)' 체계 구축이라는 과제와도 직면해 있다. 의료·요양·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어르신과 만성질환자, 취약계층이 자신이 사는 곳에서 자율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독거노인, 다중 만성질환자, 장애인 환자와 같이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관리가 필요한 집단에서 일차의료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전 생애를 아우르며 일상 진료뿐 아니라 장기적 관리와 예방 중심의 돌봄까지 제공할 수 있는 주치의로서 개원의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치의제와 커뮤니티케어는 일차의료 살리기의 두 축으로 꼽히지만, 의료계 내부 논의는 여전히 온도 차가 있다. 이러한 정책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역시 현실적인 시각을 내놓았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은 "의사 내부에서도 과별 의견이 완전히 통일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도 획일적이지 않다. 다만 일차의료 강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정부, 국회, 개원가 모두 뜻이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가정의학과의사회가 주치의제에 반대해 온 것으로 비쳤지만, 제도 자체가 아니라 조정권을 상급병원에 두려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결국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며 "지금은 통합돌봄, 재택치료, 비대면 진료가 동시에 논의되는 국면이므로 가정의학과만의 관점이 아니라 개원가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경문배 총무이사도 오해 해소를 주문했다.

그는 "주치의제에 대한 오해가 많다. 고령화된 환자를 세부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이 정부 정책의 목적이고, 그 역할을 일차의료가 맡아야 한다"며 "주치의제가 가정의학과만 유리한 제도라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특정 주치의에 '속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선택권을 보장해 환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우리만 잘되겠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짚었다.

커뮤니티케어에 대해서도 현장의 요구는 분명하다. 초고령사회에 맞춰 의료·요양·돌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면 제도 설계 단계부터 일차의료가 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커뮤니티케어는 단순한 구호로 끝나선 안 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통합돌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진행하되 지역 보건소·지자체와의 협력체계를 강화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의료와 복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취약계층까지 지탱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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